지주사 지분 0.3% 미미
상속·증여 세금 부담…순차적 주식 매수 가능성
승계 열쇠 日지지 기반 확보도 중요
신사업 바이오 각자대표 등판
흑자전환 등 현안 산적…경영 능력 시험대

#지난달 22일 오후 10시 15분께.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녀이자 국내 유통산업 1세대 여성 경영인으로 불리던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남동생인 신동빈 롯데 회장이 들어섰다. 설 연휴를 전후해 사업 관련 구상으로 일본에 머물다가 부고를 접한 뒤 발인을 하루 앞두고 급히 일정을 바꿔 밤늦게 조문에 나선 것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빈소로 향하는 신 회장과 그룹 임원들에 이어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롯데지주 close 증권정보 004990 KOSPI 현재가 32,400 전일대비 1,700 등락률 +5.54% 거래량 306,423 전일가 30,700 2026.03.20 15:30 기준 관련기사 이재현 177억 vs 신동빈 150억+α…유통가 오너, 작년 연봉킹은? 편의점산업협회 신임 회장에 김홍철 세븐일레븐 대표 롯데지주, 1663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 결정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부사장)도 몇 걸음 거리를 두고 동행했다. 신 부사장은 조문을 마친 뒤에도 신 회장과 수행원들 다음으로 시차를 두고 빈소를 빠져나갔다. 이는 그룹 내 신 부사장의 위상을 함축하는 장면이다. 후계자로서 회사 안팎의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전면에 등판하면서도 신 회장과 보폭을 맞추기까지는 경영 수업을 통해 실력을 증명하고, 입지를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상징하는 것처럼 비쳐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앞줄 오른쪽)이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뒷줄 맨 왼쪽은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 김흥순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앞줄 오른쪽)이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뒷줄 맨 왼쪽은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 김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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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열, 바이오 신사업 등판…롯데그룹 전폭 지원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일 유상증자를 통해 1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롯데지주가 911억여원, 롯데호텔 286억원, 나머지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참여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신유열 부사장이 지난해 연말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대표이사로 승진한 곳이다. 부친과 마찬가지로 대학졸업 후 노무라 증권에서 근무하던 신 부사장은 2022년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 입사한 뒤 이듬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을 맡아 신사업과 글로벌 전략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신 부사장이 국내 사업장 중 처음으로 사령탑에 이름을 올린 곳으로 그룹의 총역량을 쏟아붓는 모습이다. 롯데그룹은 2030년까지 4조6000억원을 투자해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3기를 운영할 계획이다.


[상속자들]한일롯데 '올인' 후계자…신유열 성적표는? 원본보기 아이콘

앞서 롯데바이오는 미국 시러큐스 공장 인수와 미국 법인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22년 12월 롯데지주와 롯데홀딩스로부터 2106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고, 지난해 12월에는 호텔롯데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생한 실권주 318만324주 가운데 307만6890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2144억원을 출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지금까지 6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그룹 계열사로부터 수혈한 금액만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당초 한일 롯데 지주사인 롯데지주와 일본롯데홀딩스를 중심으로 자금 수혈이 이뤄졌는데 지난해부터 호텔롯데가 '구원 투수'로 등장했다. 호텔롯데는 롯데홀딩스(19.7%)와 신유열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일본 롯데 투자회사(LSI)가 지분을 갖고 있다. 한일 롯데의 연결고리인 호텔롯데가 그룹 3세 승계의 핵심축으로 꼽히는 배경이다.

롯데 형제의 난 학습효과…3세 승계 작업은?

[상속자들]한일롯데 '올인' 후계자…신유열 성적표는? 원본보기 아이콘

롯데는 신 회장이 부임한 뒤 한때 75만여개에 달하던 순환·상호출자 구조를 재편하고, 2017년 10월 롯데지주를 출범해 지배 구조를 단일 지주사 중심으로 정비했다. 신 회장에 이은 롯데지주의 2대 주주는 지분 11.1%를 보유한 호텔롯데이고,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19.07%의 일본 롯데홀딩스다. 여기에 일본 광윤사가 롯데홀딩스 지분 28.1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있다. 광윤사→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지주로 지배구조가 연결되면서 국내 롯데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다.


한일 롯데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광윤사의 최대주주는 2015년 신동빈 회장과의 '형제의 난'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지분율 50.3%)이다. 다만, 신동빈 회장이 광윤사보다 일본 롯데홀딩스 합산 지분율이 높은 종업원지주회(27.8%)와 임원지주회(5.96%) 등의 지지로 경영권을 사수하고 있다.


신 부사장도 2020년 일본 롯데홀딩스 부장으로 입사한 뒤 2024년 6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선임되는 등 업무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다만 신동주 회장은 신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과정에서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이사회에 합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대 의견을 내고, 매년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본인의 이사 선임 안건 등을 주주 제안하며 경영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신 부사장이 이에 대적하고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경영 성과와 주주 친화를 통해 일본 롯데의 지지 기반을 다지는 일도 중요하다.

[상속자들]한일롯데 '올인' 후계자…신유열 성적표는? 원본보기 아이콘

문제는 신유열 부사장이 맡은 신사업의 성적표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실적은 아직 고전 중이다. 2024년에는 매출 2344억원에 영업손실 801억원, 순손실 897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1961억원으로 2000억원 아래로 떨어졌고,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1326억원과 1414억원으로 전년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호텔롯데 전체 지분의 99.28%를 롯데홀딩스를 비롯한 일본 계열 투자회사가 쥐고 있는 만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경영 성적표는 향후 한국과 일본 롯데 주주들이 신 부사장의 역량을 평가하고 신뢰를 보낼지 판단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신유열 롯데지주 지분 매수…상속세 부담 '차근차근 승계' 가능성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가운데)이 지난해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현장을 방문해 롯데이노베이트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공동취재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가운데)이 지난해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현장을 방문해 롯데이노베이트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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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롯데 지배구조 상단에 있는 롯데지주 주식 가운데 신 부사장의 지분율은 지난 1월30일 현재 0.03%에 불과하다. 2024년 6월 롯데지주 보통주 7541주를 장내 매수해 지분 0.01%를 확보하면서 첫 지주사 지분 매입에 나선 뒤 지난해 12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3만4490주를 사들였다. 급여와 배당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 조금씩 지분을 늘려가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경영 일선에서 3세 승계를 준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미한 지분율은 약점으로 꼽힌다. 범 롯데 일가와 비교해도 신 명예회장의 외손녀인 장정안씨가 0.07%, 신 명예회장의 막내딸인 신유미 전 롯데호텔 고문이 0.04%를 각각 보유해 신 부사장보다 지주사 지분율이 높다. 신 의장이 생전인 지난해 7월 상속세 마련 목적으로 670억원 규모의 롯데지주 주식을 모두 처분한 데 이어, 연말까지 롯데 계열 상장사 지분을 전략 매각한 상황에서 신 부사장이 추가로 지분 취득에 나설지 주목된다.


[상속자들]한일롯데 '올인' 후계자…신유열 성적표는? 원본보기 아이콘

신 부사장이 상속이나 증여를 통해 신동빈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으면 지주사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으나 막대한 세금이 걸림돌이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 보통주 1368만3202주(13.0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지난 20일 종가(3만2400원) 기준 주식 가치만 4433억원이다. 현행 상속이나 증여세 과세표준상 30억원을 초과하는 주식에 부과하는 최고 세율은 50%. 여기에 최대주주 할증 20%를 적용하면 전체 세액은 지분가치의 60%로 늘어 세금만 2660억원 이상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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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신 부사장이 경영 수업 형태로 핵심 업무의 직을 유지하면서 책임 경영을 명분으로 지분을 조금씩 늘려가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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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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