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재정·조직·지역설계권 없는 누더기 법안"
"입법·재정·조직·지역설계 등 핵심 권한 없는 행정통합은 지역의 실질적 자립을 보장하지 못하는, 알맹이 없는 껍데기이다."
경상남도가 국회에서 논의 중 행정통합 특별법안을 두고 이같이 평가하며 중앙정부와 국회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경남도는 24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지방 주도 성장을 주장하는 정부의 분권 의지를 의심케 할 정도로 통합 특별법상의 핵심 권한들이 대폭 삭제 또는 축소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행안위 심의에서 도출된 특별법에 따른 행정통합은 ▲자치입법권이 실종된 허울뿐인 자치 ▲자주재정권이 상실된 실속 없는 통합 ▲조직 운영의 손발이 묶인 수동적 통합 ▲지역 설계권이 박탈된 종속적 통합이라고 꼬집었다.
도는 "지방분권의 본질은 지역이 당면한 문제를 지역 스스로 제정한 조례를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데 있다"며 "그러나 통합 특별법은 입법 권한을 조례로 이양하지만 중요 내용마다 중앙부처 장관과의 사전 협의하거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족쇄를 채웠다"고 지적했다.
또 "국세의 지방세 이전 등 항구적인 세수 확보 방안은 삭제됐고 정부가 약속한 재정 인센티브의 법적 근거도 반영되지 않았으며, 지원할 수 있다는 모호한 규정만 남았다"고 했다.
이어 "초광역 행정체계로의 전환은 급증할 행정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강력한 조직 운영이 필수"라며 "이 법안은 총액 인건비라는 낡은 규제에 묶여, 창의적인 조직을 설계하지 못하고 인력 배치나 전문성 강화가 불가능한, 중앙의 지침에만 의존하는 행정기구로 전락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또한 "도시계획 등 설계 결정권이 여전히 중앙정부의 동의라는 문턱에 가로막혀 있다"면서 "대규모 기반 시설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조항과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도 삭제된 건 매우 치명적"이라고 했다.
경남도는 "부산과의 행정통합은 속도도 중요하지만, 내실을 다지고 정략이 아닌 시·도민의 뜻을 받들기 위해 민선 8기 출범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며 "국세의 지방세 이양, 예타 면제, 조직권 등은 경남과 부산이 목표하고 있는 실질적 지방자치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도권 일극 체제를 깨고 지역 주도의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정부가 중앙의 권한을 과감히 내려놓아야 한다"며 "홍콩, 상하이, 두바이 특별구처럼 완전한 자치권 이양을 통해 대한민국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도는 "최근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 도민 75.7%가 주민투표를 통해 통합을 결정하고, 시·도민 73%가 지방선거 이후 점진적으로 통합을 원하고 있다"며 "시·도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특별법을 바탕으로 주민투표를 시행해 통합의 정당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경남은 부산과 함께 자치입법권과 자주재정권이 담긴, 내실 있는 통합 특별법(안)을 마련하고, 원안대로 관철돼 특별법이 실질적인 분권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rye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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