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략 어려운 표적’ KRAS 신호 동역학 정밀 추적…신약 효능·선택성 평가 플랫폼 기대
부산대학교가 암 발생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KRAS 단백질의 활성화와 신호 전달 과정을 살아있는 세포에서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차세대 바이오센서 기술을 개발했다.
난제로 여겨졌던 KRAS 표적 연구의 '보이지 않던 순간'을 직접 시각화함으로써 암 신호전달 동역학 연구는 물론, 표적 신약후보 물질의 효능·선택성 평가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대는 생명과학과 김태진 교수와 제약학과 윤화영 교수 연구팀이 암유전자 KRAS와 하위 신호 단백질 RAF 사이의 상호작용을 시간에 따라 정량적으로 추적하는 하이브리드 유전자 인코딩 바이오센서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24일 전했다.
KRAS-RAF 신호전달 경로는 세포 증식과 생존을 조절하는 MAPK 경로의 출발점으로, 전체 고형암의 30% 이상에서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는 대표적 암 신호 체계다. 특히 췌장암·대장암·폐암 등에서 KRAS 돌연변이가 빈번히 발견되며, 이를 정밀 분석·표적화하는 기술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연구 과제로 꼽힌다. 그러나 살아있는 세포에서 두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직접·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에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형광 기반 FRET(Forster resonance energy transfer)와 발광 기반 BRET(bioluminescence resonance energy transfer)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한 바이오센서를 개발, KRAS와 RAF 단백질 간 결합과 해리를 시간 축에서 정량적으로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RAF의 세 가지 동형인 ARAF, BRAF, CRAF에 각각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KRAS 센서를 설계해 동형별 결합 강도와 신호 동역학 차이를 실시간 비교·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NanoLuc 루시퍼레이스를 결합해 FRET와 BRET 신호를 동시에 측정함으로써 기존 형광 이미징의 광독성과 배경 신호 한계를 낮추고, 고감도 스크리닝 환경에서도 활용 가능하도록 플랫폼을 확장했다.
암에서 흔히 발견되는 KRAS 돌연변이(G12C, G12D, G12V 등)가 정상형보다 RAF와 더 강하게 결합하고, 기저 상태에서도 지속적으로 활성화돼 있음을 실시간 영상으로 입증한 점도 주목된다. 또 현재 임상 또는 개발 단계에 있는 KRAS 표적 저해제 소토라십(Sotorasib)과 MRTX1133를 처리했을 때 돌연변이에서 신호가 감소하는 반응을 정량적으로 확인, 약물 효과를 살아있는 세포 수준에서 직접 평가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이는 해당 바이오센서가 신약후보 물질의 효능과 선택성을 정밀 검증하는 스크리닝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태진 교수는 "KRAS는 오랫동안 '공략하기 어려운' 표적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표적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정밀 기능 분석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번 기술은 KRAS 신호를 실시간 시각화해 암 신호전달 동역학을 이해하고, 변이 특이적 치료제 개발을 가속하는 핵심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부산대 생명시스템학과 고정민 석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생명시스템연구소 서정수 박사와 윤화영 교수, 김태진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연구를 이끌었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영남취재본부 조충현 기자 jch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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