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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존중' 반세기 뿌리 흔들릴까"…대주주 '성비위 비호' 논란에 한미약품 내홍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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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성추행 사건 임원 비호한 대주주
한미약품 임원들도 "사과하라"
경영권 분쟁으로 옮겨붙을 조짐

한미약품 그룹이 전문경영 체제로 전환한 지 약 1년 만에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사내 성추행 비호' 논란으로 내홍에 빠졌다. 한미약품 구성원들이 반세기 전 고(故) 임성기 초대회장이 세운 '인간존중'과 '가치창조'라는 기업정신이 훼손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이례적으로 강한 행동에 나서면서다. 이런 가운데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며 지배력을 확대하고 나섰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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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팔탄공장 임원에 대한 성추행 사건 처리 과정에 신 회장이 개입해 징계를 무마했다는 논란을 둘러싸고 한미약품 내부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한미약품 생산의 핵심인 경기도 화성 팔탄공장에서 발생한 고위 임원 A씨의 성추행 의혹이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해당 임원에 대한 엄중한 인사 조치를 시도했으나,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의 강한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신 회장은 박 대표와의 대화에서 사내 성추행 가해자로 신고된 해당 임원을 두둔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징계 추진에 반대 입장을 보이며 경영진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에 압박을 가했다는 게 박 대표 측 주장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은 공식 징계 없이 자진 퇴사 형식으로 회사를 떠났고 이후 경쟁사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한 성 비위 사안이 사실상 '무처벌 퇴사'로 정리됐다는 비판이 안팎에서 제기되는 배경이다. 대주주의 독단적 경영을 견제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개정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안팎에서 제기된다.


이번 논란이 인사행정을 둘러싼 갈등 양상을 뛰어넘어 지배구조와 경영의 독립성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박 대표가 대주주의 경영 간섭에 맞서 창업 이후 53년간 이어온 한미약품의 기업 문화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한미약품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한미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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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가 불거지자 한미약품 구성원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날 한미약품 본부장 및 임원들은 본사 로비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며 신 회장의 사과와 경영 간섭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임원들은 성명서에서 "참담한 성인지 감수성으로 한미약품의 명성에 손상을 입힌 신 회장은 피해자와 구성원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박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대주주인 신 회장과의)녹취 공개는 대표이사로서 감당하기 힘든 결정이었으나, 50여 년간 지켜온 기업문화를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며 "생명을 다루는 제약기업으로서 지켜야 할 가치가 대주주의 영향력보다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가 한미약품의 거버넌스(지배구조) 리스크를 드러냈다는 시각도 있다. 박 대표 체제 아래에서 한미약품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주가를 200% 이상 끌어올리는 등 전문경영 체제의 효율성을 입증해 왔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대주주의 '옥상옥'식 간섭이 계속될 경우 우수한 인재 유출과 브랜드 이미지 실추, 이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문제인식이 사내에 넓게 퍼진 분위기다.


박 대표를 포함한 이사진 4명의 임기가 다음 달 만료되는 터라 같은 시기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이뤄질지에 관심이 모인다. 전문경영체제의 실효가 지속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할 분수령이 될 수 있어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주주가 지위를 이용해 성 비위 사건 처리에 개입하고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구성원들의 인식이 예상한 것보다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 13일 임성기 전 회장의 장남 임종윤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이사장) 측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441만여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의 지분(개인지분+한양정밀 보유분)은 29.83%로 늘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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