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과열지구 조합설립인가 이후
주택 매수해도 원칙적 지위 승계 불가
분양권 못받고 '현금청산' 될수도
법령해석·판례 엄격…정밀 확인 필요
2023년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아파트는 대재앙 속 유일하게 살아남은 최후의 보루이자 생존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2026년 현재,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 서울 핵심지의 신축 아파트는 영화 속 설정처럼 단순한 주거지를 넘어 자산가치를 보존하는 가장 강력한 안전자산으로 통한다.
주식시장이 기술주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인다면 부동산 시장은 서울 한강변 등 핵심지로 자금이 쏠리는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
아파트 브랜드와 입지가 곧 계급이 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미 빌딩 가격만큼 치솟은 신축 대신 사업 초기 단계의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강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려는 수요가 집중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장밋빛 기대감 이면에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법적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치명적인 것이 바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다. 재건축은 단순히 낡은 집을 새로 짓는 사업이 아니라, 조합원에게 미래의 입주권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최근 수도권 대부분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실거주가 필수인 상황에서, 실거주 의무를 피할 수 있는 입주권 매수는 일부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틈새로 비치기도 한다.
수요자 관심이 큰 만큼 과도한 투기 수요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제39조 제2항을 통한 강력한 수요 차단 장치가 있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사업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해당 주택을 매수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조합원 지위를 승계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를 모르고 섣불리 매수했다가는 새 아파트 분양권 대신 현금청산이라는 뼈아픈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이는 매매뿐만 아니라 증여 및 교환 등 유상과 무상의 명의이전 거래에는 모두 적용된다.
최근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지난 10월 규제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지역의 재건축 단지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하려다가 현금청산이 될 뻔한 상담 사례가 여러 건이다.
물론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상속이나 가족 세대원 모두 원거리로 이주, 1세대 1주택자로서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실거주한 원조합원의 매물 등은 예외적으로 양도가 허용된다. 억울한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또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지연되는 경우(조합설립 후 3년 내 사업시행 인가 미신청 등)에도 탈출구가 존재하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사업 단계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는 게 먼저다.
주의할 점은 최근 법령 해석과 판례가 더욱 엄격해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공동명의 주택일 경우 대표자 1명만 요건을 채우면 승계가 가능하다는 해석이 우세했으나, 최근 대법원 판례와 국토교통부의 해석 변경으로 이제는 모든 공유자가 각각 예외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부부 공동명의나 가족 간 증여가 포함된 매물을 검토할 때 더욱 정밀한 확인이 필요한 이유다.
올해 정비사업 단지를 거래할 때는 단순한 자산 취득을 넘어 고도의 법률 검토와 철저한 자금조달계획, 그리고 실거주 요건까지 결합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수다. 생각지 못한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고 원하는 목적을 성공적으로 이루려면 조합사무실을 방문해 매도인의 조합원자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국토부의 최신 법령 해석을 숙지하는 발품도 팔아야 한다. 지식은 수익으로 직결되고 무지는 자산 증발로 이어진다. 변화하는 시장에서 나를 지켜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는 철저한 확인이다.
KB국민은행 스타자문단 김효선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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