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중복에 떠는 건설사]"수주 선정 기준에 안전투자 항목 추가…인센티브 방식으로 가야"
전문가들, 처벌 강화에도 사망 사고 지속
"예방 유도하는 방식이 효율적"
산업재해를 근절하기 위해 처벌 위주의 사후 대응보다는 사고 예방을 유도하는 방식의 대책이 효율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고 후 징벌적 조치에 대해선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이가 적지 않다. 그간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대책을 마련했는데도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전에 관한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는 있지만 기업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식의 당근책도 병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규제 강화는 지속되기가 쉽지 않고 근본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을 통해서도 증명됐다"며 "여기에 과징금 등 경제적 처벌까지 강화되면 기업들이 안전에 투자해야 하는 비용을 오히려 처벌을 피하기 위한 편법을 쓰는 데 비용을 투입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주에 대해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제법안인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도입된 후에도 사망자 수는 큰 차이가 없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중처법 입법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산재 사망자 수는 법 시행 전인 2021년 2080명이었다. 하지만 2022년 2223명, 2023년 2016명, 2024년 2098명을 기록했다.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인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안전사고를 줄이고 예방한 건설사가 받을 인센티브로는 수주 등 회사 경쟁력과 직결된 부문으로 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건설사들이 중요시하는 것은 '수주'로 일감이 없으면 이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무서워한다"며 "무조건 페널티를 주기보다는 잘한 걸 입증하면, 즉 공사 수주 낙찰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가면 건설사에게도 상당히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공사 낙찰자 선정기준에 외국인 근로자 교육이나 안전에 대한 선제적 투자 등에 대한 평가 항목을 넣고 잘한 기업에 메리트를 주고 이게 다시 수주로 연결되는 식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고용의 질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장은 "대형 건설사도 사활을 걸고 사망사고를 막으려고 노력하는데 1년에 몇건씩 지속해서 사고가 발생한다"며 "일용직들을 데려다 놓고 근로감독관의 감시·감독으로 의존하고 있는데, 인력을 가격으로만 보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데 정부가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회장은 적정임금제와 같은 제도가 산업 전반에 도입돼야 산재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건설 현장에서 발주자는 낮은 가격을 제시한 입찰자를 선정하려 하고 이 때문에 입찰자는 저가로 입찰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저가 입찰 경쟁이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 불법 고용으로 이어진다는 진단이다.
반면 '적정 임금'이라는 하한선을 두면 임금 단가 후려치기를 막고, 재하도급을 통한 추가 삭감을 자제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정임금제는 공공 발주공사에서 발주기관이 기준임금(시중노임단가)을 정하고 원·하도급 단계에서 그 수준 이상의 임금이 근로자에게 지급되도록 하는 제도다. 적정임금제가 도입되면 협력업체가 인건비 후려치기를 할 수 없고, 적정한 임금이 노동자에게 돌아가면서 숙련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배탈인 줄 알고 지사제로 버텼는데…알고 보니 30...
안 회장은 "건설 현장에 가면 태반이 외국인 일용직 노동자라 숙련공 배출이 안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공사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제도를 갖춰야 한다"면서 "고비용구조로 가면 입찰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개별 회사가 안정적인 고용 구조를 갖추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공공 공사 입찰 시 적정임금제를 적용한다 등의 문구를 추가하는 식으로 타협 없이 가야 한다"면서 "고용의 질은 안전 수준하고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