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발표한 조선업 부흥 전략인 해양행동계획(Maritime Action Plan, MAP)이 목표로 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채 상당한 비용만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자유주의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의 콜린 그라보우(허버트 A. 스티펠 무역정책연구센터 부소장)는 대형 상선 건조 능력 확보를 통해 군함 건조까지 가능하게 한다는 MAP의 목표에 대해 ‘현실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음은 그라보우 부소장이 19일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요약해 정리한 것이다.
미국 조선소의 대형 상선 건조 비용은 세계 평균 가격의 약 5배다. 그래서 실제로 미국에서 건조되는 선박은 거의 없다. 경쟁력 차이를 극복하려면 비용, 생산성, 산업조직을 대대적으로 변혁해야 한다.
극복해야 할 것은 첫째, 충분한 인력 확보다. 조선업은 노동집약적이며, 안정적인 고숙련 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필리조선소(한화오션이 2024년 12월 인수한 조선소)는 연간 이직률이 10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미국 조선 시설은 구식이다. 2025년 6월 미국 회계감사원(GAO)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 인프라가 2차 세계대전 시기 건설된 것이다. 관계자들은 미국 조선소가 기술 면에서 경쟁국들보다 수십년 뒤처져 있다고 평가해왔다. 이런 요소들이 막대한 생산성 격차를 만들며,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특히 2018년에 시작한 미 해군 조선소 현대화 사업은 20년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다. 셋째, 미국 조선소는 원재료 투입 비용이 크다. 관세로 인해 높게 유지되는 미국 철강 가격은 경쟁력 있는 선박 건조에 큰 문제다.
이런 도전들을 극복하기 위해 MAP는 더 많은 보조금, 외국 건조 선박에 대한 수수료 신설, 미국 수입품의 일정 비율을 미국 건조 선박이 운송하도록 요구하는 규정을 제시했다. 이는 전혀 새로운 접근이 아니다. 미국은 과거에도 보조금 정책을 썼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가장 야심 찬 연방 프로그램은 1936년에 도입된 ‘건조 차액 보조금(construction differential subsidies)’이었다. 이는 미국 건조 선박 비용의 최대 절반까지 보조하는 제도였다. 목적은 노골적으로 명확했다. 즉, 국내·해외 조선 가격 격차를 없애기 위해 국내 건조 비용의 최대 50%를 보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조치는 경쟁력 확보를 촉진하지 못했고, 1981년에 보조금이 철회되기 전부터 업계에는 이미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었다. 보조금 체제에서 연간 15~20척을 생산하던 것이, 보조금이 끝난 뒤 수십 년 동안은 대체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는 사실은, 미국 조선소가 이런 자금에 얼마나 의존했는지를 보여준다.
설령 MAP의 산업정책이 어떻게든 성공해 선박 생산을 크게 늘린다 하더라도, 그 성과가 명확하지 않다. 정부는 상업 조선 확대가 해군 조선으로 파급되어 비용이 낮아지고 인도 일정이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논리는 해군·상업 조선의 현실과 어긋나 보인다.
상업 조선과 해군 조선은 일부 공통점이 있지만, 중요한 지점에서 크게 다르다. 한 논문은 재료, 생산 복잡성, 규제, 설계 철학에서 중대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6년 의회 증언에서 해군해상체계사령부(Naval Sea Systems Command) 사령관은 “별개의 산업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요 해군 조선소들이 충분한 국내 시장이 있음에도 상업 건조를 대부분 포기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구축함을 만드는 배스 아이언 웍스(Bath Iron Works)는 1984년 이후 상선을 건조하지 않았다. 또 다른 군함 조선소인 잉걸스(Ingalls Shipbuilding)는 1999년 실패한 시도 이후 상업 건조를 시도하지 않았다. 뉴포트뉴스(Newport News Shipbuilding)는 냉전 이후 1990년대에 상업용 유조선을 수주해 물량을 채우려 했지만, 3억2000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한편 핀칸티에리(Fincantieri Marine Group)는 위스콘신주 마리네트(Marinette) 조선소에서 수상 전투함을 만들고, 별도의 스터전베이(Sturgeon Bay) 조선소에서 상선을 건조한다.
이런 ‘조선업의 이원화’는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의회조사국(CRS) 분석가 로널드 오루크(Ronald O’Rourke)는 해군·상선을 모두 만드는 아시아 조선소들이 선박 유형별로 노동자를 분리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Mitsubishi Heavy Industries)은 해군·상업 조선을 물리적·조직적으로 ‘에어갭(air gap,망 분리)처럼 분리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2024년 랜드(RAND)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에서 두 유형의 조선업이 점점 더 독립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보았는데, 조선소들이 해군 조선 또는 상업 조선 중 하나에 집중하지만 둘 다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한국의 조선사 삼성중공업(Samsung Heavy Industries)이 해군 전투함 건조를 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상업·해군 조선 사이에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고, 상업 생산 확대가 특정 고정비·간접비를 더 많은 선박에 분산시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시나리오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논리를 따져보자. 보조금으로 상업 조선을 촉진한다는 것은, 큰돈을 먼저 쓰고 그 돈을 새로운 효율로 회수하길 기대한다는 뜻인데, 이는 매우 불확실한 제안이다.
이런 우려는 과거 경험에 기반한다. 1975년 GAO 보고서는, 연방 보조금으로 강화된 상업 조선이 숙련 노동력 부족을 낳아 해군 함정 인도 지연과 비용 상승에 기여했다는 해군의 전년도 의회 증언을 소개했다. 즉, 대형 상선에 대한 보조금 건조는 오히려 군함 건조를 약화시킬 수 있다. 유사한 논리는 상업 조선 내부에도 적용된다. 인력과 투자가 대형 조선소로 쏠리면서, 국제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키우기 더 유리한 소형 조선소들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상업 생산을 전반적으로 늘리거나, 이미 전투함을 제때 납품하지 못하는 해군 조선소에 상선 건조까지 추가한다고 해서, 해군 조선소가 겪는 어떤 문제가 해결될지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MAP가 잘못된 해법을 담고 있더라도, 해군 조선 문제와 노후하고 경쟁력 떨어진 상선 건조 능력 문제는 실제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더 신뢰할 만한 개혁 방안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나는 몇 가지 정책 옵션을 제시했다.
첫째, 생산의 연속성을 보장하라. 미국 조선소는 정부가 일관된 '수요 신호(demand signal)'를 주지 않는 것을 어려움의 핵심 원인으로 자주 든다. 이런 주장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미래 수요에 대한 가시성이 낮으면, 군함 건조 수요를 맞추기 위한 계획과 투자가 더 어려워진다. ‘호황-불황’ 식의 순환 대신, 미국은 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생산을 지향해야 한다.
일본이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미 의회조사국(CRS)의 분석가인 로널드 오루크에 따르면 일본은 국방 환경과 관계없이 매년 잠수함 1척을 건조한다. 더 많은 잠수함이 필요하면 기존 함정의 수명을 연장해 전력을 늘릴 수 있다. 반대로 필요하면 퇴역을 활용해 함대를 줄일 수 있다. 어떤 경우든, 이 접근은 수요를 안정화하고, 건조 효율을 높이며, 기술·장비·숙련을 유지하게 한다.
둘째, 동맹국의 조선소를 활용하라.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조선사들을 핵심 동맹으로 두고 있지만, 군함의 해외 건조·수리를 제한하는 법 때문에 이를 활용하기 어렵다. 더 많은 전문가들이 주장하듯 이런 법이 개정된다면, 숙련된 동맹 조선소에서 대형 모듈 또는 선박 전체를 건조하는 길이 열릴 수 있다.
국내 건조는 가치가 있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건조 기간이 훨씬 짧고 비용이 크게 낮은 동맹 조선소를 활용하는 편익이 이를 능가한다. 함대 보급선(oiler)이나 쇄빙선처럼 지연과 비용 상승이 큰 비전투함 프로그램들을 포함해 많은 사업에서, 국가안보의 저울은 동맹 건조 쪽으로 이미 기울었을 가능성이 크다.
셋째, 연안 운송법(coastwise laws)을 개혁하거나 폐지하라. 미국의 연안 운송법(존슨법, 미국 내 연안 운송을 미국에 의해 소유 · 등록 · 건조된 선박으로, 미국인이 승선한 선박에 한정해 허용)이 철강·에너지 같은 전략 산업에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준다는 증거는 오래전부터 분명하다. 그러나 이 법은 더 직접적인 국가안보 측면에서도 실패하고 있다. 미국인에게 새 선박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사게 하는 것이, 크고 현대적인 선대나 튼튼한 조선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소한 동맹국에서 건조한 선박의 사용을 허용하도록 개혁해야 한다. 자본비용을 대폭 낮추면 더 크고 현대화된 선대가 촉진되고, 그에 따른 경제·국가안보 편익도 따른다. 또한 연안 운송이 늘어나면 수리·정비 분야에서 미국 조선소의 고용 기회도 증가할 수 있다.
더 과감한 접근은 법을 아예 폐지하고, 국가안보 필요를 미국 선박·선원의 고용을 촉진하는 표적 보조금으로 충족시키는 것이다.
정재형 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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