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란 우두머리 인정"
사형선고는 내리지 않아

오월단체 "역사의 상처 남겨"
국민 법 감정 동떨어진 판결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열린 19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열린 19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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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심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광주 지역 5월 단체와 시민사회는 "쿠데타 주범에게 지나치게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일제히 강한 유감과 분노를 표명했다. 사형을 촉구해 온 시민들의 법 감정에 부합하지 못한 일종의 타협안이라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19일 오후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43일 만에 나온 첫 사법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계엄 선포가 헌법상 대통령에게 보장된 권한이라 하더라도 국헌 문란 목적의 내란으로 판단한다"며 "계엄 선포부터 선관위 점거까지 모두 폭동에 해당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유죄"라고 판시했다. 특검이 구형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은 피했다.

이 같은 선고 결과가 알려지자 민주주의 성지인 광주 시민사회 각계각층은 깊은 실망감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윤목현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오늘 선고 결과는 국민 다수의 법 감정과 역사적 책임의 무게에 비춰볼 때 너무 아쉽다"며 "헌정 질서를 뒤흔든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이번 판단은 사회 정의에 대한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사법적 판단은 존중돼야 하나, 항소심에서는 법리와 증거를 더 엄정하게 따져 책임 수준에 상응하는 결론이 내려지길 강력히 촉구한다"며 법치와 민주주의 원칙의 확립을 요구했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도 "역사에 또 다른 상처를 낸 일이다. '대통령이라는 자가 쿠데타를 해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며 국민을 우습게 알고 법치가 흐트러지는 결과"라며 "내란 세력이 현재도 반성은커녕 법과 국민을 무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기징역 선고는 범죄에 비해 너무도 가벼운 형량"이라고 지적했다.


5·18 유공자 단체들의 규탄도 거셌다.


양재혁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5·18 정신이 왜 피로 쓰였는지 사법부가 오늘 스스로 부정했다"며 "사법부는 이번 판결이 역사에 영원히 남을 것임을 뼈저리게 기억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신극정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장 역시 "판사 재량이니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대단히 불만족스러운 판결이며, 결국 재판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부추기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와 법조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현실적인 우려가 쏟아졌다.


조선익 참여자치21 공동대표는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원하는 시민들의 법 감정과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면서도 "다만 내란 혐의가 인정되고 무기징역이라도 선고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 가담자 대다수가 판결에 불복하며 반성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행여라도 향후 정치적 이해관계를 핑계로 내란 주범을 사면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상용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 운영위원장도 "이번 판결은 권력자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며 국민 생활을 무너뜨린 데 대해 단죄하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다시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내란을 꾸미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일벌백계 차원에서 사형이 선고됐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법조계는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판결이 갖는 현실적 의미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 5·18특위원장인 김정호 변호사는 "법정 최고형을 놔두고 무기징역을 선택한 것은 법원이 일종의 타협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면서도 "윤석열이 저지른 내란 행위가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려 했던 많은 시민에게 위안이 된다는 점에서 중형 선고 자체로는 긍정적 의미를 부여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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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운 민변 광주전남지부장은 법원의 판단 논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등이 짧은 기간에 폭력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판결 요지는 도저히 납득하거나 공감하기 어렵고, 피고인들의 책임을 덜어주고 편드는 듯한 불쾌한 인상을 준다"고 꼬집었다. 다만 양형에 대해서는 "사실상 사형 집행 정지 국가인 우리나라의 현실과 사형 위헌 논란 등을 다분히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형의 집행 실효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무기금고가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 자체는 재판부의 가장 현실적인 판단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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