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RPS 폐지 법안 추진
정부 주도 CfD 방식 경매 제도 전환
발전사·전기 소비자 위험 헷지 기대
영국등 도입, 재생에너지 확대 기여
대규모발전사는 설비 의무화 부여
REC는 시장에서 점차 사라질 듯
RESCO 제도 도입 소규모 사업자 지원

전남 영광군 염산면 월평읍 농경지에 설치된 영농형태 태양광 발전소. 강진형 기자

전남 영광군 염산면 월평읍 농경지에 설치된 영농형태 태양광 발전소.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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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를 폐지하는 대신 발전 공기업에는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특히 정부 주도의 재생에너지 경매 시장에 발전차액계약(CfD) 제도를 도입해 가격 인하를 유도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는 점차 시장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19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국회는 이 같은 내용의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 이용 보급 촉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기후부 고위 관계자는 "발전 공기업 등에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중"이라며 "정부 주도의 재생에너지 경매 시장에 유럽식 CfD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처럼 변동이 심한 '재생에너지 인증서 거래'를 없애는 대신, 정부가 입찰을 통해 정해진 가격을 확실히 보장해 주는 '안전한 정찰제'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앞서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RPS 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신재생에너지법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기후부와 교감 하에 제출된 것으로 사실상의 정부안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 법을 근간으로 향후 상임위 소위원회에서 논의가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RPS는 500메가와트(㎿) 이상 대규모 발전사업자들에게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2012년 도입 이후 초기에 재생에너지 보급에 기여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의무사업자들이 자체 발전 설비를 늘리는 대신 외부 REC 구매에 집중하면서 당초 취지가 퇴색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년부터 RPS 제도를 대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 결과 2025년 2월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RPS 제도를 폐지하고 정부 주도 입찰 시장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신재생에너지법안 발의로 이어졌다.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자 기후부는 김정호 의원과 함께 기존 법안을 보완해 새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LS전선 동해 사업장에 설치 된 태양광 발전 시스템. LS전선

LS전선 동해 사업장에 설치 된 태양광 발전 시스템. LS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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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 법안에 따르면 기후부는 '장기고정가격계약 등 안정적인 계약 방식을 포함하는 재생에너지 설비 계약 시장제도'를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계약 시장 제도를 운용할 때 기후부는 CfD 방식을 도입해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를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CfD는 시장 가격이 계약 가격보다 낮을 경우 정부가 발전사업자에게 차액을 지급하고 반대로 시장가격이 계약 가격을 초과하면 차액을 정부에 상환하는 제도다. 2014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한 이 제도는 발전사업자와 소비자의 위험을 모두 완화할 수 있는 제도로 주목받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럽연합 11개국도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FIT, RPS 거쳐 CfD로…재생에너지 시장 전면 개편 예고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제도 개편의 핵심은 시장 자율에 맡겼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를 국가 주도의 '경매 시장' 체제로 전환하는 데 있다.

[단독]영국식 CfD 도입해 재생에너지 가격 확 낮춘다 원본보기 아이콘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지원 제도는 2002년 발전차액지원제도(FIT)에서 출발했다. FIT는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 가격이 정부가 정한 기준 가격보다 낮을 때 그 차액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태양광 사업 초기 소규모 사업자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함으로써 재생에너지를 촉진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높은 보조금에 따른 정부 재정의 부담, 태양광으로의 쏠림, 기술 발전 유인 부족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2011년 폐지됐다.


그 뒤를 이은 것이 RPS다. 500 메가와트(㎿) 이상 대규모 발전사업자들은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했다. RPS는 재생에너지 보급과 확산에 기여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의무사업자들이 자체 발전 설비를 늘리는 대신 외부에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입하는 방향으로 흘렀다. 정부가 태양광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발전원별로 REC에 다양하게 가중치를 부여하면서 제도는 더욱 복잡해졌다.


특히 RPS 제도하에서는 재생에너지 가격이 시장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이는 최종 전력 구매자인 한국전력의 부담을 늘리고 전기 소비자의 전기 요금에 전가된다는 문제를 낳았다. 일례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연료 가격이 급등했을 때도 한국전력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에 기반한 계통한계가격(SMP)을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구매 비용을 정산했다. 연료비가 '0'인데도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가격이 정해진 것이다. 이 같은 구조는 한전의 막대한 적자로 이어졌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월 발의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촉진법(신재생에너지법) 일부 개정안은 이같은 문제에 대한 개선안을 담았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 법안을 사실상 정부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영국 등 유럽, CfD 통해 재생에너지 보급·확산

이 법안에 따르면 기후부는 장기 고정가격 계약 등 안정적인 계약방식을 포함하는 재생에너지 설비 계약 시장 제도를 운영하도록 했다. 기존 RPS 대신 정부 주도의 재생에너지 경매 시장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때 정부는 영국 등 유럽 여러 국가에서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발전차액계약제도(CfD)를 통해 시장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CfD는 정부가 실시하는 경매에서 사업자를 선정한 뒤 전력 도매 가격이 계약 가격(strike price)보다 낮으면 정부가 사업자에게 차액을 보전해주고 반대로 도매 가격이 계약 가격보다 높으면 이익을 환수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전력 구매자 모두 위험을 헷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신안우이 해상풍력 조감도

신안우이 해상풍력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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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부는 CfD 방식의 경매 제도를 통해 입찰 물량과 제도 설계를 조정함으로써 경쟁을 촉진하고, 그 결과 재생에너지 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법안에서는 정부가 재생에너지별로 5년 치 경매 물량을 공고하도록 하고 있다. 조상민 한국공학대학교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는 "CfD를 도입하면 사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금융 조달 비용을 절감하고 재생에너지를 대규모로 확대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발전 단가를 낮출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국은 2014년 해상풍력발전에 CfD를 처음 도입하면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성진·김종익 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양방향 CfD는 재생에너지 지원제도 중 유일하게 투자자의 하방 위험과 소비자의 상방 위험을 모두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매커니즘"이라며 "경매에서 낙찰된 발전기는 자본비용을 낮춤으로써 재생에너지원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fD는 현재 국내에서 풍력 등 일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장기 고장가격경쟁입찰 제도가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대규모 발전사는 재생에너지 보급 의무…발전정보 인증서 도입

한편, 김정호 의원 발의안은 일정 규모 이하의 설비에 대해 별도의 계약 시장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기존 현물시장에서 REC를 거래했던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경과조치로 파악된다. 또 기후부가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별도의 재생에너지종합서비스기업(RESCO)을 지정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RPS제도에서 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했던 대규모 발전사업자들은 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보급하는 의무가 주어질 전망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발전 공기업 등에는 REC가 아닌 설비 용량을 기준으로 보급 목표가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간 발전사는 이 의무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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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 발의안에는 계약시장관리기관(추후 지정)은 '발전정보 인증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했다. 발전정보인증서는 기존 REC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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