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포럼 "자사주 소각 의무화 예외? 코스닥 정상화 역행"
"상장기업에 중소특례를 달라는 발상 자체가 문제다. 그럴 거면 상장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중소기업에 대한 자사주 소각 예외 인정은 정부의 코스닥 시장 정상화 목표와 정반대되는 행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포럼은 19일 논평을 통해 "3차 상법 개정안에서 중소·중견기업의 경영권 방어 목적 자사주와 특정목적 자사주를 예외로 하는 수정안에 반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3차 상법 개정안 처리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예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야권과 재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데 따른 반론이다.
먼저 포럼은 재계가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의 필수 수단'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경영권은 한국에만 있는 개념"이라며 "경영권은 권리가 아닌, 이사회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를 마치 지배주주의 권리처럼 방어하겠다는 것은 이사회를 사유화하여 이해충돌 상황에서 충실의무에 의한 공정성 심사를 생략하고, 이사회가 전체 주주가 아닌 지배주주의 사적이익을 위해 복무하게 만드는 배임행위이자 가스라이팅"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인, 법조인, 학자 등 120여명의 국내외 회원들로 구성된 거버넌스포럼은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자본시장 선진화를 추구하는 비영리 사단 법인이다.
포럼은 "한국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원칙이 필요한 이유는 그동안 지배주주와 경영진의 비정상적인 행동 때문"이라며 "국내 기업들은 주주가치 제고한다고 일반주주 돈으로 자사주를 사놓고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런 행태가 반복되니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이 자사주를 산다고 해도 인정하지 않는다"며 "한국적인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고 지배주주들이 자초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2024년 초 포럼이 연기금, 초대형 펀드 등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외국인 투자자의 80% 이상은 소각이 없는 자사주 취득을 주주환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럼은 "한국 투자경험이 많은 외국인 투자자일수록 과거 여러번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해 자사주에 냉소적이었다"며 "세계 유수의 국부펀드 한국 담당자 역시 '한국의 자사주는 소각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주당 지표에 반영하지 않는다'라고 명확히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엘리엇 토빈, 찰스 왕 교수의 2025년 논문을 인용해 "자사주 매입을 법적으로 승인한 17개국 데이터를 15년간 분석한 결과, 자기주식 취득 승인 후 전체 상장기업의 투자(설비투자+R&D)가 오히려 8~10% 증가했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포럼은 "자사주 취득 합법화는 자금이 저성장의, 현금이 풍부한 성숙된 기업에서 고성장의 현금이 부족한 기업으로 순환되도록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중소·중견기업 예외조항이 자칫 지난해 대주주 양도세 강화 때와 마찬가지로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포럼측의 주장이다. 포럼은 "자사주 취득은 국가 경제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크며 지배주주가 이사회를 통제하고 회사자금을 이용해 지배권을 강화하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소각은 불가피하다"며 "주주권익 침해가 심각한 경우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코스닥 스타트업에서 더 빈번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코스닥에 상장된 스타트업의 기업거버넌스를 강화하는 정공법이 코스닥을 살리는 길"이라며 "코스닥 시장 정상화는 수급 개선 등 인위적 조치보다 생태계 개선, 기업거버넌스 개선, 퇴출 강화 등 펀더멘탈 측면에서 이뤄져야 거품이 형성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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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는 '모범정관' 도입을 촉구했다. 2024년 3월 공개된 모범정관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의 표준정관보다 거버넌스 원칙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이사회 독립성 강화, 일반 주주보호 등에 보다 초점을 맞췄다. 모범정관 제47조에는 회사가 취득한 자기주식을 3개월 이내에 의무적으로 소각하는 방안, 제10조에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요건을 대폭 강화한 내용 등이 포함돼있다. 포럼은 "지속가능한 장기 성장을 위해 코스피 뿐 아니라 코스닥 상장기업들도 모범정관을 채택하길 권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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