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법은 누구에게나 같아야 한다
배용균/여수교동시장 상인회장
여수시는 돌산에 위치한 한 업체가 자연녹지지역에서 공산품이나 잡화·생필품 및 비 농수산물을 판매한 행위에 대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 제76조 위반을 이유로 2025년 6월과 9월 두 차례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해당 업체는 같은 해 11월 전남도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며, 최종 결정은 2026년 2월경 내려질 예정이다.
이번 시정명령의 핵심은 분명하다. 이 건축물은 '농수산물직판장'이라는 용도로 개발행위 허가와 건축허가를 받았지만, 실제 운영 방식은 일반 대형마트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여수시는 겉으로 보이는 허가 명칭이 아니라 실제 운영 내용이 국토계획법 제76조 용도지역의 취지에 맞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했고, 그 결과 법의 취지에서 벗어난 사용이라고 본 것이다.
해당 부지 및 건축물 (2021년 6월경 자연녹지 허가신청, 2023년 2월경 제1종 주거지역 변경) 개발행위 및 건축허가 당시 부지는 자연녹지지역에 있다. 자연녹지지역에서는 일반 판매시설 설치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다만 농수산물직판장은 공익적 목적을 인정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이와 관련해 업체 측은 "직판장에서 판매 품목을 제한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으므로 공산품이나 잡화·생활필수품 및 비 농수산물 판매도 위법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 해석은 단순히 '금지 조항이 있는지 없는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 제68조 및 제2조에 따르면 농수산물직판장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유통 단계를 줄이고 비용을 낮추기 위한 소매 판매시설이다. 법의 목적 자체가 농수산물 중심 유통에 있다. 그렇다면 직판장의 기본 취지는 농수산물 판매에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명시적인 품목 제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일반 대형마트와 같은 방식의 영업을 모두 공산품이나 잡화·생필품 및 비 농수산물 등 '무제한 허용'으로 해석하는 것은 입법 취지를 벗어난 주장이다. 직판장이라는 명칭과 법적 지위 자체가 농수산물 중심 운영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형식이 아니라 실질이다. 허가 당시의 간판이 무엇이었는지가 아니라, 실제 운영 방식이 자연녹지지역의 취지에 맞는지가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 만약 공산품이나 잡화·생필품 및 비 농수산물을 폭넓게 판매하며 일반 대형마트와 다르지 않게 운영된다면, 이는 국토계획법상 자연녹지지역 제도의 취지를 사실상 무너뜨리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여수시의 시정명령은 이러한 원칙에 따른 조치다. 만약 이런 운영이 허용된다면 자연녹지지역은 사실상 상업지역으로 바뀔 우려가 있다. 직판장이라는 형식을 통해 일반 대형마트 영업이 가능해진다면, 전국에 있는 다른 유통사업자들도 같은 방식으로 제도를 우회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결과 국토계획법 제76조 용도지역 구분은 무너지고, 전국 지자체 도시계획의 기본 틀이 흔들릴 수 있다.
이번 사안은 개인 유통사업자의 이익과 지역 재래상인 및 중소상인의 공익에 대한 충돌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며 이 또한 이재명 정부의 골목상권 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 정부 시책에 정면 도전하는 행위이며, 개인 유통업자의 영업 확대라는 이익과 국토계획법 제76조 용도지역 제도를 지키고 지역 상권의 균형을 보호하려는 재래시장과 소상공인들의 공익이 맞서고 있다.
행정은 이 두 가치를 비교해 더 큰 공익을 선택해야 할 책임이 있다. 특히 자연녹지지역에서 사실상 일반 대형마트가 운영될 경우, 지역 재래시장과 소상공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대량 구매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넓은 지역에서 손님을 끌어들이는 구조는 소규모 상권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는 단순한 경쟁을 넘어 지역경제 기반을 약화할 수 있는 문제다.
물론 기업 활동의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그 자유는 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 보장된다. 국토계획법상 용도지역의 취지를 벗어난 영업이 허용된다면, 법을 지키며 영업해 온 재래시장과 소상공인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되는 모순이 생긴다. 여수시의 시정명령은 특정 업체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다. 용도지역 질서를 지키기 위한 행정의 책임 있는 결정이다. 이번 논쟁은 한 업체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지자체의 도시계획의 원칙과 법치 행정의 기준을 확인하는 문제다.
도시의 미래는 법의 원칙 위에서만 세워질 수 있다. 사익이 공익보다 앞서도록 방치한다면 그 피해는 지역 재래시장과 소상공인, 나아가 지역 공동체 전체에 돌아올 것이다. 두 차례의 시정명령은 여수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선택이며, 그 의미는 절대 가볍지 않다.
이번 전라남도 행정심판의 최종 결정은 단순한 행정 판단을 넘어, 법의 기준이 실제로 얼마나 힘을 갖는지를 가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허가 조건을 벗어난 실질적인 영업이 정당화된다면 국토계획법에서 직접적인 행위 제한 규제는 사실상 의미를 잃게 된다. 반대로 여수시의 허가 조건 및 시정명령이 전라남도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 재결서에 명확하게 인용·판시된다면, 이는 앞으로 전국 지자체 자연녹지지역 유사 사례에 적용될 중요한 기준 지표가 될 것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단독]한국 1등 '임대왕' 소형 아파트 단지 통째로...
최근 여수시의 행정심판 패소율이 높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럴수록 행정은 더욱 신중하면서도 현장에 답이 있는 민원인들의 의견 청취에 충실해야 한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으로 시민의 신뢰를 얻는 것, 그것이 행정의 책임이다. 만약 이번 사건이 행정소송으로 이어진다면 여수시는 단순한 주장 반복보다는 실질적인 피해 당사자들인 지역 재래시장·소상공인 의견을 충분히 청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을 명백히 입증하고, 법리를 정리하는 등 체계적인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