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레이디 두아', 진짜를 삼킨 짝퉁
소유가 숭배받는 '쇼윈도 사회' 자화상
넷플릭스 드라마 '레이디 두아'는 단순한 사기극이 아니다. 한 여성이 자본주의 밑바닥에서 최상류층의 우상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이, 장 보드리야르가 설파한 '시뮬라시옹(Simulation)' 이론의 임상 보고서다.
이야기는 삼월백화점 명품매장 직원 목가희(신혜선)의 몰락에서 시작된다. 도난 사건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5000만원의 빚을 떠안은 그녀는 훔친 디올 백을 안고 저수지에 몸을 던진다. 죽음의 문턱에서 삶을 다시 붙잡게 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물속에서 왜곡되는 명품 로고다. 가방의 참(Charm) 장식 'DIOR'이 물속에서 부유하다 'DOIR(두아)'라는 배열로 뒤바뀐다. 순간 목가희는 비루한 '진짜'로 죽는 대신 화려한 '가짜'로의 삶을 택하고 물 밖으로 걸어 나온다.
진화하는 과정은 처절하다 못해 기괴하다. 술집 접대부 두아를 거쳐, 대부업체 대표 홍성신(정진영)에게 신장을 이식해 주는 대가로 김은재라는 세탁된 신분을 얻는다. 장기를 팔아 사회적 가면을 얻는 것이다. 이 거래를 발판 삼아, 그녀는 사라 킴이라는 시뮬라크르(Simulacre·원본 없는 이미지)의 세계로 거침없이 진입한다.
론칭하는 브랜드 '부두아'는 철저한 기획의 산물이다. 무적자(無籍者)인 기술자 김미정(이이담)의 손에서 탄생한 짝퉁이다. 하지만 상류층은 이 유령 브랜드에 150억원을 투자하는 등 열광한다. 실체 없는 이미지가 실재를 압도하는 현대 사회의 병리적 징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드라마는 가짜가 진짜를 잠식하는 이 기형적 구조를, 단순한 묘사를 넘어 파국의 끝까지 밀어붙인다. 결말에서 사라 킴은 정체가 탄로 날 위기에 처하자, 스스로를 김미정이라 칭하며 살인죄를 뒤집어쓴다. 사라 킴을 죽인 범인이 되어 10년형을 사는 대신, 세상 밖의 사라 킴과 부두아를 영원한 신화로 박제한다. 이는 육신의 자유보다 브랜드의 생명을 택한 '사회적 자살'이자, 피조물이 창조주를 집어삼킨 주객전도다.
우리 사회 역시 존재보다 전시로 가치를 증명하는 쇼윈도가 된 지 오래다. 땀 흘려 일하는 목가희는 투명 인간으로 취급하고, 가짜 명품을 앞세운 사라 킴은 숭배한다. 가짜라는 의혹보다 눈앞에 전시된 화려한 환상에 더 집착한다.
'레이디 두아'라는 괴물은 사라 킴의 기만술과 대중의 집단적 공모가 낳은 시대의 합작품이다. 사람들은 부두아가 가짜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본능적으로 억누르고, 눈앞의 환상을 소비하는 길을 택한다.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자신이 소비한 명품과 그에 기댄 계급적 우월감이 짝퉁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이 침묵의 카르텔이 시뮬라크르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기둥이다. 인간을 지우고 브랜드만 살아남는 세상, 가짜가 진짜보다 더 강력한 권위를 갖는 시대. '레이디 두아'야말로 반박할 수 없는 시뮬라시옹의 지옥도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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