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밥은 사절"…대구의 맛 지키는 고집불통 블로거 전명수 씨
식품영양학 전공과 대구 종로 맛집 안주인의 아들
"양념 맛에 가려진 원재료는 거부"…확고한 철학
3000곳 방문 중 단 100여 곳만 통과…'진짜'만 게시
광고비와 협찬이 판치는 SNS 맛집 홍보 홍수 속에서, 오직 '내 입맛'과 '자존심' 하나로 맛집을 기록하는 이가 있다.
대구 두류동에 거주하는 전명수(57) 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블로그 '명수의 집사기'를 통해 대구와 인근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순수 맛집 기행을 이어가고 있다.
전 씨의 맛에 대한 고집은 유전이자 전공의 산물이다.
과거 대구 종로 거리에서 유명 한식당을 운영했던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어릴 때부터 남다른 미각을 키웠다.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며 이론적 토대까지 쌓은 그는 가업을 잇는 것을 시작으로 식당 경영, 수산물 유통 등 요식업계의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전문가다.
현재는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대구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그는 과거의 전공과 경험을 살려 본격적인 맛집 탐방에 나섰다.
전 씨가 맛집을 선정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바로 '원재료의 풍미'다.
고기는 고기 본연의 육향과 풍미가 살아있어야 한다.
나물은 나물 특유의 향이 살아있어야 한다.
자극적인 양념에 본연의 맛이 묻혀버린 음식은 단호하게 거절한다.
활동 범위는 철저히 대구와 경북 지역에 집중돼 있다.
서울이나 경기, 충청권도 일부 포함되지만 부산, 호남, 강원 지역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길들여진 대구의 맛이 기준"이라는 솔직한 이유에서다.
"맛의 객관성이라는 것은 결국 내 입맛에 정직한 것"이라며 대구 특유의 투박하면서도 진한 맛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그의 블로그 운영 방식은 '깐깐함' 그 자체다.
수년간 3000여 곳의 식당을 다녔지만, 현재 블로그에 소개된 맛집은 고작 100여 곳 남짓이다.
나머지 200여 건의 게시물 중 절반 이상은 기준 미달로 소개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홍보비 제로, 공짜 식사 거절' 원칙을 고수한다.
식당 측에서 고맙다며 건네는 음료수 한 병, 소주 한 병조차 부담스러워 거절할 정도다.
다만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 규칙에 따라 제공받은 내역을 명시해야 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두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광고 제안은 일절 사절이다.
그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광고성 포스팅 때문에 너도나도 맛집이라 부르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내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만큼, 독자들에게 진짜 정보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때 부동산 정보로 3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했던 그의 블로그는 현재 1만4000여 명의 진성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숫자는 줄었지만, 정보의 질과 신뢰도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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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맛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그의 묵직한 행보가 가짜 맛집 정보에 지친 이들에게 신선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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