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권 분립 위배되는 위헌적 발상
현행 헌법상 도입 불가"

사실상 '4심제' 전락 우려
"패소자 불복 악용·재판 지연 불 보듯"

대법원이 법원의 판결을 헌법재판소 심판 대상으로 삼는 '재판소원' 도입 움직임에 대해 현행 헌법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법원은 18일 '재판소원에 관한 Q&A 참고자료'를 배포하고 법안 심사 과정에서 제기된 질의에 대한 답변 중심으로 의견을 개진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13일 헌재가 재판소원 도입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자료를 냈는데, 양대 사법기관이 설 연휴 전후로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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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우선 재판소원이 우리 헌법 체계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1987년 현행 헌법 제정 당시 헌재를 신설하면서도 재판소원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법원과 헌재에 헌법해석 권한을 분립해 국민의 기본권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헌법은 구체적 사건에서 법을 해석·적용하는 사법권을 오직 법원에 부여했다"며 "명령·규칙의 위헌 여부는 대법원이 최종 심사하도록 권한을 나눴기에 어느 한 기관의 재판을 다른 기관이 다시 심사하는 것은 예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가 헌법의 유일한 최종 해석기관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헌재가 모델로 삼는 독일은 헌재가 사법부에 속해 있는 등 우리와 헌법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 독일식 재판소원을 그대로 들여올 수 없다"고 부연했다.


국민 피해에 대한 우려도 쏟아냈다. 대법원은 재판소원이 도입될 경우 사실상 '제4심'으로 작동해 패소 당사자들이 불복 수단으로 악용하며 '소송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법원은 "일각에서는 재판소원이 보충적·예외적 권리구제 절차이므로 제4심이 아닌 '헌법심'이라고 주장하나 현실을 도외시한 주장"이라며 "취소 재판과 후속 판결, 이에 대한 새로운 재판소원을 거듭하면서 재판 횟수는 훨씬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헌재가 재판소원 사건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헌재가 연간 2500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데 평균 2년 이상이 걸린다. 여기에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만 재판소원을 허용해도 연간 1만5000건 이상의 사건이 쏟아질 경우 몇 배의 헌법재판 지연이 발생할 것이란 주장이다.


대법원은 "헌법의 기본 이념과 설계를 법률 개정으로 쉽게 바꿀 수 없다"며 "근본적 제도 변경을 위해선 헌법개정권력 주체인 국민 대다수의 동의와 공감대 형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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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재판소원으로 발생할 소송절차의 여러 문제와 관련해 충분한 논의와 검토 없이 헌재가 급박하게 제시한 의견에 따라 법안이 통과된 상황"이라며 "국회와 법원, 헌재 및 소송절차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한 공론화와 협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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