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인데 왜 '흙'일까…전기차·반도체 필수자원 '희토류'의 정체
이름은 흙, 실상은 전략 금속
채굴보다 정제 기술이 경쟁력
정부, 비축·융자·R&D로 확보전 가속
전기차 모터와 반도체, 풍력 터빈까지.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로 꼽히는 '희토류'는 이제 뉴스에서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됐다. 하지만 이름만 놓고 보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분명 금속 자원인데 왜 '흙(土)'이라는 표현이 붙었을까.
희토류는 말 그대로 '희귀한 흙'이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금속 원소다. 학술적으로는 주기율표 아래쪽에 한 줄로 배열된 15개의 란타넘족 원소에 스칸듐과 이트륨을 더한 총 17개 원소를 통칭한다.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란타넘, 세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원소는 전기차 구동 모터의 영구자석, 반도체 연마재, 배터리 전극, 풍력 발전 설비, 방산 장비 등 산업 전반에 활용된다.
그럼에도 '흙'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발견 당시의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18세기 후반 유럽의 광물학자들이 이 원소들을 처음 확인했을 때, 순수한 금속 형태가 아니라 산화물 상태로 광석 속에 섞여 나왔다. 당시에는 금속이라기보다 흙과 비슷한 광물로 인식됐고, 이 명칭이 그대로 굳어졌다는 설명이다. 이후 금속 성질이 밝혀졌지만 이름은 바뀌지 않았다.
'희귀하다'는 표현 역시 오해의 소지가 있다. 지구상에 존재량이 극도로 적다는 의미보다는, 분리와 정제가 까다롭다는 뜻에 가깝다. 희토류 원소들은 화학적 성질이 서로 비슷해 광석에서 하나씩 분리하는 데 고도의 기술과 비용이 요구된다. 채굴 자체보다 정제 공정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이유다.
이 같은 특성은 글로벌 공급망 이슈와도 직결된다. 스마트폰과 전기차, 군수 장비까지 광범위하게 쓰이지만 정제 설비와 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제한적이어서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아지기 쉽다. 실제로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70%, 정제·가공 능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구조는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희토류를 단순 원자재가 아닌 전략자원으로 분류하고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이달 초 '희토류 공급망 종합대책'을 통해 희토류 17종 전체를 핵심광물로 지정하고, 수급 관리와 정책 지원을 우선 적용 대상으로 올렸다. 특정 품목이 아니라 전 종목을 관리 대상으로 묶은 것은 공급 차질 가능성을 상시 위기로 인식하겠다는 의미다.
수급 관리 방식도 보다 촘촘해진다. 정부는 희토류 관련 수출입 통계 코드(HSK)를 신설·세분화해 품목별 수급 흐름을 실시간에 가깝게 파악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희토류는 통계상 다른 금속이나 광물과 묶여 있어 실제 수급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는데, 코드 정비를 통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범정부 차원의 희토류 수급 대응센터와 전담 태스크포스(TF)도 상시 운영한다.
확보처 다변화를 위한 해외 전략도 강화된다. 정부는 단순한 자원외교 차원의 협력을 넘어 특정 광산·정제 프로젝트 단위로 참여하는 방식을 명확히 했다. 민간이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탐사와 개발 단계에 공공이 함께 참여해 리스크를 분담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해외자원개발 융자 예산을 올해 675억원으로 확대하고, 민간 기업에 대한 융자 지원 비율도 기존 50%에서 최대 70%까지 상향했다. 일부 사업의 경우 탐사 실패 시 부담을 완화하는 장치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기술 측면에서도 별도 지원이 이뤄진다. 정부는 산업기술혁신펀드 내에 희토류 전용 연구개발(R&D) 펀드를 신규 조성해 대체 소재 개발과 사용량 저감 기술, 재활용 공정 기술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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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 같은 접근은 희토류를 둘러싼 경쟁이 단기 수급 문제를 넘어 산업 경쟁력과 안보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전기차와 반도체, 방산과 신재생에너지로 이어지는 산업 구조에서 희토류 확보 전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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