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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의 허상]규제와 한도에 막혔다…공회전하는 '글로벌 자본 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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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보고서, 전략 펀드·보증 개편 제안
현장선 50% 룰 폐지 등 근본 처방 요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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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의 '한국영화 북미지역 진출 및 공동제작 활성화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는 글로벌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 과제로 자본 조달 인프라 개선을 꼽는다. 경색된 국내 투자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전용 펀드(투자)를 신설하고, 공공 보증(대출) 제도를 대폭 손질하자는 제안이다.


시장 자본을 움직일 만한 정책으로 보긴 어렵다. 연기금이나 은행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고위험 콘텐츠 투자를 기피하고 있는 데다, 정부 주도의 모태펀드를 규율하는 현행 벤처투자법이 해외 진출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중소기업 참여 비중 50% 이상'을 충족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백억 원이 오가는 합작 프로젝트의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 탓에 사실상 펀드 활용이 불가능하다.

보고서는 모태펀드 대신 규제가 적은 성장금융 방식을 도입해 유연한 '글로벌 영화 전략 펀드'를 신설하고, 정부가 먼저 손실을 떠안는 비율을 높여 민간 자본을 유치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제도를 바꾸더라도, 근본적인 한계까지 피할 수는 없다. 고난도의 글로벌 투자를 심사하고 집행할 경험을 갖춘 전문 운용사 풀 자체부터 없다시피 하다.


주식 투자 성격의 펀드 조성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대출 환경 또한 엇박자를 내고 있다. 할리우드 독립 영화계는 프로젝트의 완성을 담보하는 '민간 완성보증보험(Completion Bond)'을 바탕으로, 은행에서 부족한 제작비를 무담보로 빌리는 '갭 파이낸싱(Gap Financing)' 기법이 보편화돼 있다.


보고서는 한국 민간 금융 시장에서는 이러한 대출 기법 적용이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인정한다. 대안으로 기존 공공 정책인 '문화산업 완성보증'과 '콘텐츠 수출보증'에 글로벌 전용 트랙을 신설하자고 한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실효성에는 의문이 붙는다.

현행 완성보증으로 대출을 받으려면 전제 조건으로 '콘텐츠 판매계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영화를 만들 자금이 가장 절실한 초기 기획·제작 단계에 계약서가 있을 리는 만무하다. 사실상 그림의 떡인 셈이다.


보증 한도 역시 걸림돌이다. 콘텐츠 수출보증의 한도가 10억원 내외에 불과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북미 합작 프로젝트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지식재산권(IP) 가치 평가 모델을 개선해 간극을 메운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자본과 신용 보강이 빠진 처방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결국 현실적인 해법은 낡은 규제 철폐와 공공 자본의 역할 재정립이다. 제작사 관계자 C씨는 "새로운 펀드 간판을 달기 전에, 현행 벤처투자법의 '중소기업 50% 룰' 등 현실과 동떨어진 예외 조항부터 정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선진 영화산업처럼 제작비의 일정 비율을 공공이 펀드로 매칭해 확실한 신용을 보강해 주는 근본적인 시스템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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