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끝내느냐'가 본질
수사와 종결, 분리돼야

[기자수첩]보완수사권과 검찰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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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 없애면 검사들은 솔직히 일 줄고 편하죠. 근데 재판 가서 다 깨지고 피고인들 무죄 받으면 그 피해가 누구한테 돌아가겠냐고요."


최근 만난 한 차장검사의 말이다. 검찰청 폐지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검찰이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게 '보완수사권'인 이유다. 검사가 재판에서 입증 책임을 지는데, 수사기록에 빠진 퍼즐 조각을 스스로 채울 수 없다면 공소유지는 '사필무죄(事必無罪)'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이름 그대로 '수사'가 아니라 '보완'에 방점이 찍힌 권한이다.

요즘 검찰의 행보는 이례적이다.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보완수사 우수 사례를 쏟아낸다. 보도자료 마지막엔 "향후에도 적극적인 보완수사를 통해 국민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 직접수사라는 '칼'을 내려놓더라도 경찰 수사의 빈틈을 메우는 '방패'로서의 기능만큼은 남겨달라는 절박한 호소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연일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경찰이 제대로 역할을 못 한다는 비판이 여전한 상황에서 경찰이 수사 개시와 종결까지 독점할 경우 사법적 공백이 커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건수는 3년 새 2배 가까이 급증했고,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현장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되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방향은 이런 현실을 세밀하게 따라가지 못한다. 검찰청은 없애고, 고검은 남겨둔다. 정작 핵심인 보완수사권은 떼어낸다. 일부 정치 사건에서 검찰이 보완수사를 명분으로 사실상 '2차 수사'를 해왔다는 게 그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송치 사건 전부에서 보완 기능 자체를 걷어내는 게 답일까. 정치 사건에서 논란이 된 몇 건과, 증거가 허술한 채 법정으로 가는 수많은 민생·경제 사건을 같은 선상에 놓고 처리하는 셈이다.


수사를 '누가 시작하느냐' 못지않게 '누가 끝내느냐'가 권력의 본질이다. 있는 죄를 부풀리는 것보다 있는 죄를 조용히 덮어주는 권한이 훨씬 세다. 민주당의 법안대로라면 경찰이 수사 개시와 종결을 모두 쥐게 된다. 1차 수사기관이 사건을 뭉개도 들여다볼 방법이 없다. 불송치에 이의가 있으면 피해자가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다투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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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은 단순하다. 수사를 시작한 사람과 끝내는 사람은 달라야 한다. 누군가는 "왜 수사를 멈췄냐"고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범죄자가 빠져나가면 그 대가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 치른다. 억울한 사람이 고소해도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덮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 돈 없고 '백' 없는 피해자들에겐 그게 지옥이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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