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부담금 논의 본격화
정부, 소비자·기업·전문가 함께
정교한 설계·정책 균형 필요
지난달 개봉한 영화 '슈가'에서 1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아이의 엄마는 "설탕은 독약"이라고 말한다. 혈당 관리가 서툴던 초기, 달달한 음료 한 모금이 아이의 생명을 위협하는 공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는 마지막에 설탕을 '엄마'에 비유한다.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당은 없으면 생존할 수 없어서다.
이 장면은 설탕을 둘러싼 정책 논쟁의 본질을 떠올리게 한다. 설탕 자체가 문제인지, 아니면 과도한 사용이 문제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12일 국회 토론회에서 반복된 표현은 '설탕세'가 아니라 '설탕 과다 사용 부담금'이었다. 설탕 자체에 대한 규제가 아닌 과도한 사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배경은 분명하다. 당류 과다 섭취는 비만·당뇨·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 위험을 높이고 이는 의료비 증가로 이어진다.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쌓이면 그 비용은 결국 사회 전체가 나눠 지게 된다. 다만 정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시각은 엇갈린다. 식품업계는 규제의 필요성보다는 정책 효과를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 무게를 둔다. 영국은 2018년 설탕세 도입 이후 음료의 당 함량을 줄이는 성과를 거뒀지만 비만율 개선 효과는 뚜렷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제품의 '사용량' 감소가 개인의 '섭취량' 감소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소비자단체 역시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면 정책 수용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만큼 핵심은 설계에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준을 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기업·전문가가 함께 논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제안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과다'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출발점이다. 해외처럼 일정 당 함량을 기준으로 단계적·누진적으로 부과하는 방식은 하나의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기준을 넘으면 부담을 지되 낮추면 면제되는 구조라면 기업의 자발적 조정을 유도할 수도 있다.
적용 대상도 신중해야 한다. 설탕 그 자체가 아니라 과다 사용된 가공식품 가운데 대체 가능성이 높은 품목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필수 식재료나 환자용 제품까지 포괄할 경우 정책의 정당성 논란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혈당 환자에게 고당 음료는 응급 상황에서 필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재원 사용의 투명성도 중요하다. 부담금이 걷히는 순간 '또 다른 세금'이라는 의심이 따라붙는다. 청소년 비만 예방, 취약계층 건강 지원 등 국민 건강 증진 목적에만 사용하도록 하고 집행 내역을 공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내 데이터를 축적하는 일이 진행돼야 한다. 설탕 섭취와 질병 발생 간 인과성을 장기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건강보험 빅데이터와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연계한 연구를 통해 정책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해외 사례를 둘러싼 논쟁을 반복하기보다 한국 사회에 맞는 근거를 마련하는 과정이 정책 신뢰를 높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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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은 독이 아니다. 다만 과하면 위험하다. 정책 역시 균형이 필요하다. 규제가 산업을 위축시킬 수도, 제품 혁신을 촉진할 수도 있다. 부담금이 단순한 압박 수단이 아니라 건강한 제품 개발을 유도하는 제도로 자리 잡을지는 결국 완성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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