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느긋한, 미래는 빠른 도시'
유연근무·자율주행 대전환 추진
서울시장은 '길 여는' 자리 자신감
"김포국제공항 스마트시티,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공항 부지에서 서울시민 전체의 삶을 다르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만큼 공항 이전을 추진하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박용진 전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김포공항 기능 분산 역시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이제는 국가적 과제"라고 했다.
박 전 의원은 "이미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있는 스테이플턴 공항이나 독일 베를린 테겔 공항 부지에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김포공항 부지가 이재명 정부 1·29 주택 공급대책을 보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1·29 대책을 두고 "고군분투"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책에 '관악구 35채'까지 포함돼 있던데 안간힘 써서 긁어냈다고 읽힌다"며 "최종적으로 시장 반응을 끌어내려면 확실한 공급 신호로 정부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김포공항 이전은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 대통령과 송영길 당시 서울시장 후보가 내건 공약이다. 김포공항 부지 총면적은 약 730만㎡로 위례신도시와 비슷하다.
박 전 의원은 서울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정치 활동을 이어갔다. 26년 전인 2000년 20대의 나이에 서울 강북을 국회의원에 도전해 파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선명한 청사진과 개혁의 밑그림을 토대로 결국 강북을 재선 국회의원이 됐다.
박 전 의원은 서울시장은 행정가가 아니라 정치인이 필요한 자리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2차선을 잘 관리하는 사람은 행정가, 곳곳에 아파트가 들어서니 길을 더 뚫어야겠다고 판단하면 정치인"이라며 "서울시장은 길을 정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길을 만들고 여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의원 시절 '이것을 바꾸면 미래가 달라지겠구나'라는 확신이 생기면 반드시 그 길을 만들었다"며 "대표적인 법안이 '코스피 3000법'"이라고 소개했다. 박 전 의원이 2020년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전자투표제와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을 도입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코스피 3000시대를 열자는 의미에서 '코스피 3000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박 전 의원은 '코스피 5000시대'에 감회가 남다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며 주식시장 발전을 기대했던 바람이 이재명 정부 들어 실현되고 있다는 의미다. 박 전 의원은 "정부 의지가 명확하니 시장이 반응한다"면서 "'이재명은 합니다'가 이런 모습이구나 느꼈다"고 했다.
다음은 박 전 의원과 일문일답.
-요즘 '정치 취준생(취업준비생)'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지방선거든 재보궐선거든 정치 재개 프로젝트가 필요했다. 우리나라 취준생들이 꼭 준비하는 것이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 자격증이니 정치 취준생으로서 똑같이 해보려고 시작했다. 시험 자체도 어렵고 원서 접수하는 과정도 힘들더라.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심적 부담을 느낄 수 있어서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정치 재개 프로젝트 1호로 서울시장을 염두에 둔 까닭은.
▲서울시를 '아침이 가장 느긋한 도시, 미래는 가장 빨리 오는 도시'로 만들고 싶어서다. 아침이 느긋하려면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면 된다. 다시 말해 왜 모든 직장인이 '나인 투 식스(9to6)'로 일해야 하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후 근무시간 조정은 이미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유연근무제는 시민의 삶에 여유를 가져다주고 교통체증을 분산하면서 직주근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부동산 대량 공급은 10년 넘게 걸린다. 서울시장 임기는 4년이다. 임기 내 실질적으로 집과 회사를 가깝게 하는 효과는 유연근무제로 가능하다.
-기업들이 유연근무제 도입에 동참할까.
▲느긋한 아침은 서울시가 먼저 시작한다. 서울시 공무원 5만명과 서울 소재 공공기관 임직원 3만명을 비롯해 총 10만명을 대상으로 유연근무제를 전면 도입하려고 한다. 다음은 서울시에 발주하고 사업을 따내는 기업들이다. 유연근무제 시행 기업에 가점을 주는 식으로 기획하면 된다. 자유로운 출퇴근을 유도하기 위해 중소기업과 5인 이하 기업을 대상으로 공유오피스를 지원할 계획도 있다. 서울에는 주민센터 같은 공공시설이 많다. 이곳을 워크스테이션으로 개발하면 1000곳 정도 만들 수 있다.
-미래가 가장 빨리 오는 도시는 무슨 뜻인가.
▲자율주행이다. 서울이 글로벌 도시와 경쟁해야 한다는데 많이 늦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나 중국 베이징에 가보면 이미 로보택시가 돌아다닌다. 서울은 강남과 상암 일부, 청계천에서 자율주행 차량 시험 운영에 그친다. 서울시가 주도하고 기업들이 참여하는 방향성을 구상하고 있다. 공공이 안전성과 데이터 축적, 기술 개발을 위한 판을 깔고 그 수익을 시민과 공유할 수 있는 체계까지 마련해야 한다.
-서울시장 임기 내에 자율주행 대전환이 가능한가.
▲어렵지 않다. 먼저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정해진 노선을 다니는 시내버스다. 자율주행 버스가 돌아다니려면 시스템을 구축하는 회사부터 버스를 만드는 회사, 안전성과 편리성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회사까지 수백 개 기업이 참여할 테다. 다양한 기업이 경험을 쌓고 데이터를 축적하게 열어두되, 서울시와 지분계약을 맺도록 할 계획이다. 민간 재개발 과정에서 용적률을 높이는 대신 임대주택으로 재개발 이익을 시민과 공유하듯, 자율주행 생태계도 유사한 모델을 적용하고자 한다.
-시민과의 자율주행 수익 공유 체계를 언급했는데.
▲'서울형 천원택시'를 구상하고 있다. 이미 지방 중소도시는 노인과 장애인, 임산부 같은 사회적 약자가 1000원으로 택시 타고 마실 나갈 수 있도록 공공형 택시를 운영한다. 서울시가 자율주행 사업에 따른 재원으로 천원택시를 시작하면 어떨까. '75세 이상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월 3회 이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정하면 노인복지 사업도 될 것이다. 솔직히 한강버스나 광화문 감사의정원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사업에 쏟아붓는 재원만으로도 천원택시 사업은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
-자율주행 전환으로 버스·택시 업계 반발이 거셀 텐데.
▲혼란이 무서워서 미래로 못 가는 건 말이 안 된다. 시내버스 노동자는 고용안정을 우려하는데 운전기사가 아니라 안전요원으로 일하는 방법이 있다. 서울시가 자율주행 전면 도시로 탈바꿈해도 일정 기간 운전석에 안전요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택시사업자는 천원택시의 직접적인 수혜자다. 노령인구에 새로운 이동 서비스가 주어지는데 엄청난 수요 창출이 아닌가.
-이동권 이야기에 장애인 단체를 빼놓을 수 없다.
▲전국장애인연대(이하 전장연) 요구 중 일부는 정당하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든 편리하게 서울시 공공재인 대중교통에 접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정당하다. 오랜 요구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지하철 노선에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점은 노인과 유모차를 끄는 부모에게도 좋은 일이다. 다만 전장연의 또 다른 요구인 서울시 장애인 일자리 원상복구는 다르다. 이를 시민 출근을 볼모로 주장해선 안 된다고 본다. 서울시와 협의를 거칠 문제다. 정당한 요구와 이익 관련 요구는 분리해서 봤으면 좋겠다.
-지난 총선에서 '비명횡사' 논란 중심에 섰다. 당내 경선 자신 있나.
▲지금도 제일 고민이다. 당원들이 여전히 비명횡사나 이 대통령과 대립으로 기억하고 있으면, 그 인식을 전환하지 못하면 서울시장 도전은 어렵다. 당원들과 불화를 불식하고 눈높이를 맞추는 과정을 계속 진행 중이다. '일 하나는 박용진 잘한다'고 바라봐주면 좋겠다.
-출범 9개월차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보고 있나.
▲코스피 5000시대가 됐다. 정부 의지가 명확하니 시장이 반응한다. 문재인 정부 때 내가 코스피3000법을 내면서 같은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기업, 특히 오너일가가 반대해 실현하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는 반대가 여전했으나 돌파했다. '이재명은 합니다'가 이런 모습이구나 느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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