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비만 10년 새 2배…주범은 '가당음료'
李 대통령, "부담금 거둬 공공의료 강화" 제안
물가상승 우려 속 연간 2200억원 기대

대한민국이 전례 없는 '비만과 당뇨의 역습'을 맞고 있다. 대한예방의학회와 대한비만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2014년 10.0%에서 2021년 19.3%로 불과 10년도 되지 않아 2배 가까이 폭증했다. 성인 당뇨 환자 역시 6000만명을 넘어서며 우리사회 전반의 건강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단맛'에 중독된 대한민국… 국민건강 위해 '설탕 부담금' 도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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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대한예방의학회 설탕 부담금 도입 관련 정책 토론회'를 비롯해 10일 '설탕부담금 도입의 필요성과 쟁점 긴급 토론회(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주최), 12일 '설탕 과다사용부담금 국회토론회(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에서 나온 당 과잉 섭취에 따른 건강 위험성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설탕부담금'의 기대 효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했다.

1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우리국민 6명 중 1명(16.9%)이 당 과잉 섭취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래 세대인 1~9세 어린이의 경우 26.7%가 당을 과도하게 섭취하고 있어 전 연령대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의 주범으로는 '가당음료'가 지목된다. 당 과잉 섭취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음료류를 통한 당 섭취가 3배 이상(30.4g)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은철 연세대 보건정책·관리연구소 교수는 "가당음료는 인체에 빠르게 흡수돼 혈당을 높이고 포만감 없이 열량만 채워 체중 증가와 비만에 영향을 준다"고 했고, 김현창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미국 연구에서 가당음료가 미국인의 체중 증가에 최소 20% 이상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경고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X)를 통해 설탕부담금 도입 논의를 제안하며 이를 '세금(Tax)'이 아닌 '부담금(Levy)'으로 규정했다. 또 징수된 재원을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에 재투자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당을 팔아 발생한 사회적 비용을 당으로 인해 고통받는 환자와 미래 세대의 건강을 위해 되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단맛'에 중독된 대한민국… 국민건강 위해 '설탕 부담금' 도입할까 원본보기 아이콘

의료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비쳤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가 2016년부터 20% 세율의 '설탕세' 도입을 권고해온 만큼 우리나라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을 통한 강력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모델은 영국의 '가당음료산업 부담금' 방식이다. 설탕 자체에 세금을 매기기보다 건강상 위해도가 높은 음료를 타겟으로 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설탕 함유량에 따라 세금을 차등 부과하자"며 음료 100㎖당 설탕 함량 5g 미만은 면제하고, 5~8g은 리터당 225원을, 8g 이상은 300원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식이 도입될 경우 연간 약 2200억원의 재원이 마련될 것으로 추산된다. 박 교수는 이를 저소득층 아동의 건강식품 바우처 지원, 학교급식 질 개선, 아동청소년 비만 예방 및 관리 프로그램 지원 등에 사용하자고도 제언했다.


정혜은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 역시 "가당음료 부담금은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되는 품목에 비용을 부담시켜 건강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확보된 재원을 저소득층 아동의 건강 바우처나 체육시설 확충에 쓴다면 오히려 건강 형평성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비만은 개인 의지 아닌 사회구조적 질병"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산업계와 일부 시민단체는 이런 부담금이 결국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를 자극하는 '슈거플레이션(Sugarflation)'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 '제로 슈거' 제품으로 소비가 옮겨가는 풍선 효과나 영세 자영업자의 매출 타격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 단장)는 "첨가당은 비만, 당뇨, 만성질환을 유발하고 과다 섭취는 치매와 우울증에 영향을 미친다"며 "영국에선 2015년 설탕부담금 시행을 예고하자 기업들이 설탕 사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고, 이후 소비자 매출은 33%, 설탕 함유량은 47%가 줄면서 당뇨와 관련된 각종 대사장애나 만성질환 등이 감소하는 효과까지 증명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만을 개인의 선택이나 의지 부족으로 치부하던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설탕부담금은 단순히 세금을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미래 세대의 건강을 위해 지불해야 할 '안전 투자'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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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창 교수는 "설탕부담금이 유일하거나 최선의 대책은 아니지만 실제 시행 가능한 공중보건 정책 수단"이라며 "가당음료가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근거가 이미 충분한 상황에서 미래 세대의 건강과 비만 예방을 위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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