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 세금과는 다른 성격
비만·당뇨 등 대사질환 많아져
건강 증진 명분 도입 목소리↑
물가 상승·저소득층 부담 우려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운을 띄운 '설탕부담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설탕부담금은 당류가 많이 들어간 식품에 부과하는 부담금을 뜻한다. 주로 탄산음료, 과자, 가공식품처럼 당류가 과다하게 함유된 품목이 대상이 된다. 비만과 당뇨 같은 대사질환이 급증하면서 국민 건강 증진과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가격을 올려서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덜 사 먹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당류 식품에 부과하는 설탕부담금, 관심 뜨거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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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부담금은 흔히 '설탕세'와 혼용돼 쓰이지만, 법적으로 세금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갖는다. 가장 큰 차이점은 '목적성'이다. 세금은 국가 운영 전반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걷고 쓰이지만, 부담금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만 부과되고 그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된다.


이를테면 '환경개선부담금'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시설 운영자들에게 부과하는데, 이렇게 걷은 돈은 환경 개선 사업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다. 설탕부담금 역시 음료, 빙과, 과자 제조사, 판매업자들에게서 걷으면 그 돈은 비만 예방 캠페인 등 특정 건강, 복지 관련 사업에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의료, 보건, 산업, 시민사회, 법조, 정치계를 막론하고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찬성 측은 비만·당뇨 등 설탕 과다 섭취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대통령이 띄운 설탕부담금 논의에 발맞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설탕부담금 도입 입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첨가당 함량에 따라 최대 2만8000원의 설탕부담금을 부과·징수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사회적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학생건강검사 표본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초등학생의 비만율은 2015년보다 1.67배, 중학생은 1.46배 증가했다. 2021년보다는 각각 1.73배, 1.9배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비만 증가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당분 과당 섭취는 비만율 증가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진행한 결과 3~34살까지 3명 중 1명(34~35.2%)이 당분을 과다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섭취원은 탄산음료가 16~17%로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주 3회 이상 가당음료 섭취 비율은 2022년 53.4%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탄산음료가 36.4%, 에너지드링크가 15%를 차지했다.


당류 과다 섭취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미 국제적인 이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권고를 통해 성인과 아동 모두 자유당(free sugars) 섭취를 총 에너지 섭취의 5% 미만, 하루 약 25g 수준까지 낮출 것을 제시한 바 있다. 영국은 2018년부터 가당 음료 산업 부담금을 도입했고, 시행 2년 뒤인 2020년 영국 자국민의 탄산음료를 통한 설탕 섭취는 2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은철 연세대학교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교수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설탕부담금 토론회에서 "한국의 설탕 일일 공급량은 140그램으로 권장량의 2.8~5.6배이며 매년 2.2그램씩 증가하고 있다"며 "과체중과 비만율은 36.5%인데 매년 0.39%씩 증가하고 있다. 설탕 공급이 많은 국가가 비만율이 높다"면서 설탕부담금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대 측은 물가 상승과 저소득층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설탕은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원재료라는 점에서 식품 물가 전반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게 산업계와 일부 시민사회계 우려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설탕부담금 도입 논의는 여러 차례 시도됐으나 식품업계와 소비자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번번이 무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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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대비 식비 비중이 큰 저소득층 계층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강을 명분으로 도입될 설탕부담금이 오히려 취약계층 가처분소득을 깎고 식생활을 악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설탕부담금 적용 범위를 최소한으로 맞출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유아용 분유, 의료용 식품 등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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