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리스크 심각"…금감원, 비급여 의료쇼핑 기록정리 작업착수
의사가 가격결정 '비급여 거품' 고강도 비판
"실손백서 발간" 발언했으나 현실화 미지수
자체 조사 후 가이드 배포 가능성…업계 긴장
금융감독원이 보험 상품의 '제3자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자체 데이터 정리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밝힌대로 금감원 최초의 '실손의료보험 백서' 출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나, 실손보험을 비롯해 반려동물보험(펫보험), 법률비용보험 등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큰 상품들의 데이터를 수집한 뒤 가이드라인을 배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제3자 리스크'란 보험계약자(소비자)나 보험사가 아닌 의료진 등 제3자의 결정에 따라 보험금 청구 규모가 좌우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보험사의 손실을 넘어 의료 자원 왜곡, 사법 시스템 부하 가중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14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9일 "실손 보험 관련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언급했으나 현재 금감원은 백서 집필보다는 기초 자료인 자체 통계 추출 및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3자 리스크 관련 데이터 분석 후 의미 있는 시사점이 도출될 경우 업계 가이드라인 작업 등에 활용할 수 있다"며 "현재는 조사 단계로, 백서 출간이나 상반기 가이드라인 배포 등을 단정 짓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그동안 실손보험을 포함한 보험 상품의 제3자 리스크에 대해 고강도 비판을 이어왔다. 보험 소비자나 보험사가 아닌 '제3자'(의료인 등)의 욕구에 따라 과도하게 높은 가격이 책정되고, 이것이 과잉 보험금 청구로 이어지는 것은 금융을 넘어 심각한 사회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초 이 원장은 보험 담당 임원 등에게 사회 후생을 악화시키는 보험 상품이 없는지 살펴보라고 주문했으며 실손보험뿐 아니라 펫보험(수의사), 법률비용보험(변호사), 운전자보험 등 여러 상품에서 제3자 리스크 발생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원장은 실손보험 운영 과정에서 제3자 리스크가 발생해 사회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며 "실손보험은 물론 법률비용보험, 펫보험 등 제3자 리스크 문제 발생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만들 때 금감원, 보험사 모두 과거의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점검하자는 차원에서 자체 데이터 조사 작업에 착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상품 설계 단계부터 '보험금 부지급(미지급) 가능 사례'를 약관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방침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원장이 금융취약계층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핵심 위험 사항을 아주 쉽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상품을 설계·제조할 때 소비자 관점에서 핵심 위험 사항이 무엇인지 아주 알기 쉽게 설명돼야 한다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문제는 이 원장 당부 사항을 준수하기 위해 '아주 알기 쉽게' 설명을 하려다 보면 오히려 약관에 보험금 부지급 사유에 관한 설명이 더 늘어나 고객 및 설계사(FC) 피로도가 늘고, 불완전판매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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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관계자는 "부지급 설명의무가 강해질수록 서류는 방대해지고 금융취약계층과 설계사들의 이해도는 떨어져 불완전판매 확률이 더 높아지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금융감독당국이 추진 중인 제3자 리스크 데이터 정리 및 가이드라인 배포, 실손보험 백서 등에 부지급 설명의무 요령 예시를 적확히 표현해 업계를 이해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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