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는 끝, '사전점검'으로 전환"…1000억 이상 대형 R&D 심사체계 18년 만에 개편
500억→1000억 상향…연구형·구축형 구분해 맞춤형 투자·관리 체계 도입
앞으로 1000억원 이상 대형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은 한 번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로 통과 여부를 가르는 대신, 사업 성격에 따라 단계별로 점검받게 된다. 총사업비도 처음부터 확정하지 않고, 기술 성숙도와 설계 수준에 맞춰 순차적으로 확정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2일 제5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의장 대통령)에서 '대형 R&D 사전점검체계 전면 개편 방안'이 최종 의결됐다고 밝혔다. 앞서 과학기술기본법과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 10일부터 시행되면서, 2008년부터 적용돼 온 국가재정법 기반 R&D 예타 제도는 과학기술기본법에 근거한 'R&D 맞춤형 사전점검' 체계로 전환됐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관문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R&D 특성에 맞게 심사 방식을 재설계하는 데 있다. 예타는 본래 대형 인프라 사업의 경제성을 검증하기 위한 제도였지만, 불확실성이 큰 연구개발 사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면서 평균 2년 이상이 소요되고 행정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부는 예타 폐지 이후에도 부실 기획이나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한 별도의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 이번 제도를 설계했다.
500억→1000억…대형 R&D 기준 상향
우선 사전점검 대상 기준은 기존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상향된다. 이는 글로벌 기술 경쟁 심화로 대형·집중 투자가 일반화된 환경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제도 도입 이후의 물가 상승도 고려됐다.
또 기존 예타가 모든 R&D 사업을 동일한 방식으로 평가했던 것과 달리, 앞으로는 사업을 '연구형'과 '구축형'으로 구분해 점검 체계를 달리 적용한다. 연구형은 AI·양자·바이오 등 전략기술 개발이나 기술사업화·인력양성처럼 연구개발 활동 자체가 중심이 되는 사업이다. 구축형은 대형 연구시설·장비 구축, 연구단지 조성, 우주 발사체·위성 등 실질적인 인프라를 만들어내는 사업을 말한다.
정부는 연구형은 '신속성', 구축형은 '체계적 관리'에 방점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연구형은 기획 완성도 점검…구축형은 전주기 단계심사
연구형 R&D의 경우 예산 심의 이전에 '사업기획점검'을 실시한다. 예산 요구 전년도 11월부터 약 5개월간 사업계획의 완성도를 점검하고, 3월 중 결과를 각 부처에 통보한다. 부처는 이를 반영해 신규 사업계획을 보완한 뒤 예산 요구안을 편성하게 된다.
점검 항목은 기존 예타보다 간소화해 시급성·구체성·중복성 등 핵심 요소 중심으로 살핀다. 유사 기술 분야별 '사업군' 단위로 점검을 실시해 개별 사업의 타당성뿐 아니라 사업 간 우선순위와 재원 배분의 적정성도 함께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예산 심의와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반면 구축형 R&D에는 '전주기 심사제도'를 도입한다. 사업 기획 단계의 사업추진심사를 통해 기술 확보 여부와 사업관리 계획을 점검하고, 설계가 완료되면 설계적합성심사를 거쳐 시공 가능성과 입지 적정성을 확인한 뒤 사업비와 부지를 확정한다. 사업 진행 중 물가 상승이나 기술 변경 등으로 계획 수정이 필요할 경우에는 주요계획변경심사를 통해 변경의 적정성을 검토한다.
특히 우주 발사체나 대형 가속기 같은 체계개발형 사업은 총사업비를 처음부터 확정하지 않고, 기술개발이나 설계 단계에 필요한 예산만 우선 반영한다. 기술 성숙도가 충분히 확보된 이후에야 본격적인 구축 예산을 확정하는 구조다. 입지도 초기 단계에서 확정하지 않고 후보지와 선정계획만 제출하도록 해, 기술 검증 이전에 입지가 먼저 정해지면서 발생했던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홍순정 과기정통부 성과평가정책국 국장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 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형 R&D 사전점검체계 전면 개편 방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종화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총사업비는 추정 후 단계별 확정"
총사업비 산정 방식도 달라진다. 기존 예타 체계에서는 초기 단계에서 총사업비를 한 번에 확정하고, 이후 변경이 필요하면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에 따라 초기 추정이 현실과 어긋날 경우 사업 지연이나 증액 논란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돼왔다.
앞으로는 초기 단계에서 총사업비를 '추정치'로 제시하되, 설계와 기술 성숙도에 따라 단계별로 예산을 확정해 나가는 구조로 전환된다.
홍순정 과기정통부 성과평가정책국 국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 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형 인프라는 처음부터 완공 단계의 총사업비를 확정하기 어렵다"며 "첫 단계에서는 총사업비를 추정하되, 이후 단계에서 필요한 범위의 예산을 확정하고 다시 책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환기 운영과 관련해 정부는 이미 접수된 구축형 사업에 대해서는 기존 예타 절차를 8월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다. 새로운 구축형 심사는 하반기부터 적용되며, 연구형 사업기획점검은 법 시행과 함께 접수를 시작해 2027년도 예산 편성부터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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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는 이번 개편으로 예타 폐지 이후 제기됐던 부실 기획과 예산 낭비 우려를 최소화하면서도, 연구개발 특성에 맞는 보다 신속하고 유연한 투자·관리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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