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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붙은 '설탕부담금'…"당류 공화국" vs "설탕세 물가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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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성인 5명 중 1명 권고치 초과" 지적
소비자단체 "물가 정책으로 인식될 가능성" 지적
식품업계 "해외도 효과 논란"…실효성 의문 제기

이재명 대통령이 '설탕 과다사용부담금' 도입을 제안한 가운데 정치권에서 관련 논쟁이 본격화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설탕 섭취량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를 웃도는 만큼 건강 증진을 위한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업 부담 증가와 물가 상승 가능성 등의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설탕 과다사용부담금 토론회'를 열었다. 행사에는 문정복 최고위원과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도 참석했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 4번째)과 토론자들이 12일 설탕과다사용부담금 국회토론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 4번째)과 토론자들이 12일 설탕과다사용부담금 국회토론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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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호 의원은 개회사에서 설탕 과다 섭취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5명 중 1명, 청소년 3명 중 1명이 권고치 이상으로 설탕을 섭취하고 있다"며 "'당류 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설탕 부담금 논의를 더 미루는 것은 국가의 책임 방기"라고 말했다.


이어 "비만·당뇨·심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이 중·장년층을 넘어 젊은 세대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배달 음식·탄산음료와 같은 고당류 식품 섭취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도한 당 섭취로 인한 건강 문제는 개인의 선택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며 "사회 전체가 함께 대응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설탕 부담금'은 설탕이 과도하게 포함된 가당 음료 등 특정 가공식품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건강에 해로운 식품에 경제적 부담을 지워 소비를 억제하고, 확보한 재원을 공공의료 확충이나 건강 증진 사업에 투입하겠다는 게 정치권의 구상이다.

정치권 논의의 출발점은 이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엑스(X)에 "설탕 사용을 억제하고 그 부담금을 지역·공공의료 강화에 재투자하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적었다. 이후 '증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증세 프레임에 가두려는 왜곡 주장"이라며 선을 그었다.


토론회에서는 명칭과 법적 성격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이진수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설탕 자체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과다 사용에 대한 원인자부담금에 가깝다"며 "목적은 재원 확보가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부과 대상을 설탕 자체가 아닌 당류를 과다 사용한 가공 음료 등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필수 식재료까지 포함할 경우 형평성·역진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환자단체는 '과다'라는 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미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설탕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이지만 과다 섭취가 문제"라며 "1형 당뇨 환자처럼 고당 식품이 생명을 구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예외 상황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는 가격 인상 가능성을 우려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가 가장 먼저 묻는 것은 '음료·과자값이 오르느냐'는 점"이라며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건강 정책이 아니라 물가 정책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했다. 영국처럼 당 함량 기준을 초과한 제품에만 부담금을 부과해 기업이 가격 인상 대신 당 저감으로 대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반면 산업계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상욱 한국식품산업협회 본부장은 "국민이 체감하기에는 세금과 다르지 않다"며 "해외에서도 설탕세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업계가 저당·대체 당 제품을 확대해 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원 사용처 역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문정복 최고위원은 "설탕세라는 표현은 조세 저항이 커 부담금 형태로 논의되는 것"이라며 "건강 증진 외에 교육 재원 전환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호 의원은 "확보된 재원을 미래 세대 복지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학교 급식 질 개선과 체육·독서 활동 강화, 청소년 정신 건강 지원 등을 예로 들었다.


전문가들은 정책 추진에 앞서 국내 근거 연구를 축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헌 국민건강보험공단 실장은 "건강보험 빅데이터와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연계해 설탕과 질병 간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연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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