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자' 전용 검사 도구 국내 허가 사례 아직
제한적 사용 구조에 낮은 시장성…기업 진입 소극적
"신약 도입과 동시에 진단·감염관리 체계 구축돼야"

'가장 강력한 항생제 내성균'을 겨냥한 신개념 항생제가 9년 만에 국내에 들어왔지만 이를 뒷받침할 진단 체계가 공백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약이 환자에게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를 사전에 확인할 전용 검사 도구(키트)는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제일약품이 국내 도입한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 '페트로자'의 약효 반응(감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키트가 국내 허가를 받은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에서는 해당 약제에 특화된 감수성 검사 키트가 상용화돼 있지만 이를 개발한 외국 기업들은 한국 시장 진출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페트로자는 '사이드로포어' 구조를 결합한 세계 최초 항생제다. 이중막을 가져 내성 발생 위험이 높은 그람음성균을 겨냥한다. 세균의 철 흡수 통로를 이용해 내부로 침투하는 '트로이 목마' 전략을 통해 기존 항생제가 막혔던 외막 장벽을 우회하는 방식이다.

페트로자(성분명 세피데로콜)의 최소억제농도(MIC)를 측정할 수 있는 써모피셔사이언티픽의 항생제 감수성 검사 키트 ‘센시티트레 세피데로콜 MIC 플레이트’ 제품 이미지. 써모피셔사이언티픽

페트로자(성분명 세피데로콜)의 최소억제농도(MIC)를 측정할 수 있는 써모피셔사이언티픽의 항생제 감수성 검사 키트 ‘센시티트레 세피데로콜 MIC 플레이트’ 제품 이미지. 써모피셔사이언티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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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내성균 치료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평가받지만 전용 감수성 검사 키트 도입은 지연되고 있다. 원인으로는 낮은 시장성이 지목된다.


신규 항생제는 내성 확산을 막기 위해 사용 대상과 적응증이 엄격히 관리된다. 사용량이 많지 않다 보니 검사 수요 역시 제한적이다. 항생제 감수성 검사 수가가 대부분 고정돼 있어 검사 건수가 충분하지 않으면 기업이 수익을 내기 어렵다. 허가 절차에 통상 1~2년이 소요되는 점도 해외 기업들이 국내 진입을 주저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항생제를 효과 확인 없이 사용할 경우 내성 확산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항생제 치료는 통상 두 단계로 이뤄진다. 감염 초기에는 원인균이 확인되기 전 임상적 판단에 따라 항생제를 먼저 투여하는 '경험적 치료'를 시행한다. 이후 균 배양과 감수성 검사 결과를 확인해 해당 균에 효과가 입증된 약제로 조정하는 '최종 치료'로 전환한다.


감수성 검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할 경우 최종 치료로의 신속한 전환에 어려움이 생긴다. 경험적 치료가 길어질수록 불필요한 항생제 노출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내성 확산 위험을 높이게 된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항생제일수록 도입 초기부터 감수성 검사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무리 신약이라도 세균이 이미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감수성 검사를 통해 효과가 확인된 경우만 사용해야 불필요한 항생제 노출을 줄이고 내성 확산을 늦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신약이 해외에서 국내에 도입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그사이에도 내성은 빠르게 확산한다"며 "신약 도입과 동시에 진단 체계와 감염관리 시스템이 함께 구축되지 않으면 또 다른 내성 확산을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항생제 치료, 진단, 감염관리 전반을 관리하는 체계는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 문제를 '조용한 팬데믹'이라 부르며 2019년 '인류가 직면한 10대 글로벌 공중보건 위협' 중 하나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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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현장에서 내성균 감염은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다. 김태형 순천향대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생제 내성균은 특정 환자군의 문제가 아니라 거의 모든 중증 질환의 '최종 사망 원인'과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박정연 기자 j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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