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운전면허 취득 미루는 美 Z세대
운전에 대한 두려움·부담감 커져
온라인 생활 확산에 면허 필요성 ↓
자동차 운전이 필수로 여겨지는 미국에서 운전면허 취득을 미루는 Z세대가 늘고 있다. 온라인 중심의 생활 방식 확산으로 이동의 필요성이 낮아진 데다 운전에 대한 부담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통해 사람 만나는 Z세대, 이동 필요성 낮아져"
최근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Z세대 사이에서 운전면허 취득이 줄어드는 현상과 그 배경에 대해 조명했다. 매체는 "Z세대는 연애와 결혼, 가족 형성을 이전 세대보다 늦게 시작하고 있다"며 "외출과 음주도 감소하는 등 여러 사회적 지표에서 전반적인 속도가 느리다"고 분석했다. 이어 "온라인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쇼핑과 음식 주문까지 손쉽게 이뤄지면서 이동에 대한 필요성 자체가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만 16세부터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하다. 한때 만 16세가 되자마자 면허를 따는 행위를 '진정한 자유'의 상징처럼 여기며, 이를 중요한 목표로 삼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10·20세대의 운전면허 보유 비중이 작아지면서, 부모 세대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콜턴(16) 역시 면허 취득을 미뤘다. 그는 연습 면허로 운전하던 중 교통신호와 정지 표지판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일을 계기로 운전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고, 결국 면허 취득을 무기한 미루기로 했다. 콜턴은 "사고가 나는 게 정말 무섭다"고 말했다.
콜턴의 어머니인 크리스티나 모트 역시 아들의 운전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는 "콜턴은 관찰력이 부족하고 자기 세계에 빠져 있는 편"이라며 "GPS(위치정보서비스)가 없으면 8년이나 살아온 집에서 식료품점에 가는 길조차 모를 것 같다. 그런 아이가 신호등과 다른 운전자들 사이에서 운전한다고 생각하면 나 역시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운전 중 스마트폰 '힐끗'도 부모 걱정거리
이 같은 불안은 다른 부모들 사이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난다. 많은 부모는 자녀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운전을 시작해도 되는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에 익숙한 청소년의 경우, 운전 중 주의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 매스 제너럴 브리검의 연구에 따르면 10대 운전자는 주행 시간의 약 21% 동안 휴대전화를 힐끗 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26%는 2초 이상 시선을 도로에서 떼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우버 등 차량 공유 서비스의 확산과 자율주행차에 대한 기대가 더해지면서, 운전면허의 필요성 자체가 예전만큼 크지 않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일부 가정에서는 운전학원 비용과 보험료, 기름값 등을 고려할 때 필요할 때마다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 오히려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클라크대 심리학 교수 제프리 젠슨 아넷은 "30~50년 전 16세들이 운전면허 취득을 원했던 이유 중 상당 부분은 술을 마시러 가고 연애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세대는 미래에 반드시 자동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운전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자율주행차 확산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韓에서도 면허 취득 감소 이어져…늦어진 취업 시기도 영향
그런가 하면 한국 역시 미국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신규 운전면허를 발급받은 청년(16~29세)은 45만 2463명으로, 2023년(46만 5352명)과 비교해 1만명 넘게 줄었다. 2020년(62만 7094명)과 비교하면 약 30% 감소한 것이다. 과거에는 수능을 마친 고3 수험생들이 대학 입학 전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사회에 진출한 뒤에도 면허를 따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청년층의 운전면허 취득 감소 배경으로는 취업 연령 상승과 함께 경기 악화가 꼽힌다. 첫 취업 시기가 늦어지며 차량 구매가 지연되고, 이에 따라 운전면허를 서둘러 취득할 이유도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운전면허 학원비 인상 등 관련 비용도 만만치 않아, 청년층에게는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 등 통합정기권 제도의 확산도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청년층 사이에서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연구원이 기후동행카드 이용자 50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중교통 이용 횟수는 17.6% 증가한 반면 1인당 승용차 통행은 주당 약 0.68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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