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처만 남은 합당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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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를 중단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이후 이같이 발표했다. 지난달 22일 정 대표가 제안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3주간 진통을 이어간 끝에 불발로 막을 내렸다.


오는 6월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승리를 합당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결국 상처만 남긴 정치적 제안이 됐다. 건설적인 논의는커녕 민주당 내부의 당권 투쟁을 둘러싼 신경전만 적나라하게 외부로 드러내고 말았다. 문제는 합당 논의 중단으로 이미 불거진 리스크가 해소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지방선거 대응 전략은 더욱 꼬일 수밖에 없고, 양당 지지층에 깊어진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또 하나의 난제다.

"민주당 내부 의견이 다른 파를 쳐내고, 조국혁신당을 짓밟으면 지선, 총선, 대선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보라." 합당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조국 혁신당 대표가 지난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던 내용은 곱씹을 만하다.


사실 합당 논의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정 대표가 '기습' 합당 제안 기자회견을 열던 당시 최고위원회와는 불과 20분 전에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의 충분한 숙의도 없었고, 절차적 정당성도 무시됐다는 이유로 합당 반대론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자초했다.

합당은 지방선거 공천과 정계 개편, 지지층 결속 등 민감한 이해관계가 촘촘히 얽혀 있는 사안이다. 정 대표의 속도전은 결국 역효과를 낳았다. 그 과정에서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혁신당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숙주'라는 거친 표현까지 나왔다. 합당 반대론을 펼쳤던 일부는 각종 음모론을 쏟아냈다. 비판이 아닌 비난에 가까운 설전이 오갔다.


민주당 내 합당 대외비 문건 유출 논란과 특별검사 추천 사태는 상황을 더욱 꼬이게 했다. 강득구 최고위원의 SNS 논란은 논란의 소용돌이에 청와대를 끌어들이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정 대표는 여러 차례 사과했지만, 그의 리더십은 이미 작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합당 반대를 주도했던 일부 민주당 최고위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사과해야 한다는 민주당 내부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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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 합당 내홍은 대선 과정에서 잠복해 있던 계파 갈등의 불씨를 다시 타오르게 했다. 차기 당권을 겨냥한 신경전이 너무 일찍, 그것도 자극적으로 분출됐다는 점도 문제다. 국민에게는 경제 불확실성과 민생 경제 부담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부 권력 다툼에만 골몰해 있는 것으로 비친다. 국정 동력을 약화하는 자충수를 끝내고 국민을 바라볼 때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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