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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으로 월급을 날리고 찾아왔어요"…현금 들고 명당 몰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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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만에 모바일 로또 구매 시작했지만
여전히 명당 착시 효과로 '일주일 7만장'
"자산시장 절망감에 소액 고위험 늪으로"

"엔비디아 '풀매수' 했다가 잠을 설칩니다. 비트코인은 쳐다보기도 싫고요."


지난 9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로또 판매점. 영하의 한파에도 스마트폰 대신 현금을 쥔 시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날부터 24년 만의 로또 모바일 판매가 허용되며 '안방 구매' 시대가 열렸지만, '명당'의 열기는 여전했다. 이곳에서만 일주일 약 8만장, 한 달이면 32만장의 복권이 팔려나간다. 1등 55명, 2등 252명을 배출한 이력 덕분에 주말이면 인근 도로가 복권을 사려는 차량 행렬로 마비될 정도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내 로또 판매점 앞에 복권을 구매하려는 시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24년 만에 로또 모바일 구매가 허용됐지만, ‘명당’으로 알려진 오프라인 판매점에는 여전히 발길이 이어졌다. 박호수 기자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내 로또 판매점 앞에 복권을 구매하려는 시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24년 만에 로또 모바일 구매가 허용됐지만, ‘명당’으로 알려진 오프라인 판매점에는 여전히 발길이 이어졌다. 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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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간편한 모바일' 대신 추위와 번거로움을 무릅쓰는 건 '명당의 기운'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노태진씨(45)는 "모바일은 왠지 조작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이유 모를 찜찜함이 있다"며 "기왕이면 운이 좋은 곳에서 종이로 뽑아야 진짜 내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드러난 또다른 변화는 명당에 대한 기대를 타고 온 젊은 층의 유입이었다. 한때 중장년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로또 줄'에 2030세대가 대거 합류한 것이다. 판매점 직원은 "젊은 손님이 부쩍 늘었고, 결과를 즉석에서 확인하는 '스피또' 구매율도 급격히 올랐다"고 전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로또 판매점 유리창에 역대 당첨 이력이 게시돼 있다. 이곳은 1등 55명, 2등 252명을 배출한 이력으로 ‘로또 명당’으로 불린다. 박호수 기자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로또 판매점 유리창에 역대 당첨 이력이 게시돼 있다. 이곳은 1등 55명, 2등 252명을 배출한 이력으로 ‘로또 명당’으로 불린다. 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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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만에 로또 모바일 판매가 시작되며 한층 간편해졌지만, 오프라인 명당을 찾는 발길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추위와 번거로움까지 감수하고 줄을 서는 풍경 이면에는 자산 시장에 대한 피로감과 불확실한 미래를 놓고 확률에 기대려는 심리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복권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 판매액은 6조7507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17년 4조1538억원 수준에서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5조4000억원대로 13% 급증한 뒤, 매년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역설적으로 '한탕'의 크기는 줄고 있다. 판매액은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당첨자가 늘며 1등 수령액은 세후 약 14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중이 생각하는 적정 당첨금(52억2000만원)과 실제 수령액 사이엔 4배 가까운 간극이 존재한다.


복권 명당을 찾는 심리는 현실적 불안감에서 초래된 것으로 분석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명당의 당첨자가 많은 건 단지 판매량이 압도적이기 때문일 뿐 장소와 확률은 연관이 없다"며 "현실적 대안이 없는 이들이 무언가에 기대려는 심리가 강해진 것"이라고 짚었다.


로또 판매점 내부에서 시민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박호수 기자

로또 판매점 내부에서 시민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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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청년들이 명당으로 몰리는 배경에는 자산 시장의 절망감이 자리한다.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명당에서 만난 직장인 나모씨(36)는 "코인으로 월급을 날리고 나니 허탈감만 남았다"며 "주식은 공부해도 물리는데, 로또는 '꽝 아니면 당첨'이라는 단순함이 오히려 위안이 된다"고 털어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를 '위험을 사는 패러독스'라고 정의했다. 양 교수는 "본래 위험을 피하려 돈을 쓰는 대중이 오히려 돈을 주고 확률을 사는 역설적 상황"이라며 "부동산은 너무 비싸고, 주식과 코인은 큰돈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를 주는 상황에서 대중이 '소액 고위험'의 늪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호수 기자 l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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