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랜덤박스 이벤트에 당첨된 249명의 당첨자에게 총 62만원을 리워드로 지급하는 과정에서 직원의 실수로 지급 단위가 잘못 입력돼 62만개의 비트코인이 지급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빗썸은 사고 발생 35분 뒤부터 비트코인이 오지급된 계좌의 거래와 출금을 차단했지만, 이미 80여명의 당첨자가 1788개의 비트코인을 매도한 상태였다. 이 가운데 7일 새벽 기준 회수되지 않은 비트코인은 125개(시가 약 130억원 상당)로, 매도된 비트코인 대금 약 30억원이 개인 계좌로 이체됐고, 약 100억원은 다른 코인을 매입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오지급된 비트코인을 처분해 현금화하거나 다른 코인 매입에 사용한 당첨자들이 민법상 부당이득반환 책임을 진다는 데 대해서는 별다른 이론이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 횡령·배임죄 성립 두고 견해 갈려
하지만 횡령이나 배임 등 혐의로 형사처벌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먼저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법조인들은 앞서 2021년 대법원이 유사한 사례에서 횡령죄와 배임죄 성립을 부정했고, 이후에도 그 같은 입장을 유지해왔다는 점을 첫 번째 근거로 든다.
또 해당 판결이 선고된 이후 자금세탁 방지를 목적으로 제정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정보법)에 '가상자산'에 관한 내용이 추가되고, 가상자산 이용자 자산의 보호와 불공정거래행위 규제를 위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제정됐지만, 이들 법률은 현재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처럼 디지털자산을 제도권 금융상품으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만큼 기존 대법원의 입장이 바뀌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반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제정해 이용자 보호에 나선 것은 정부가 가상자산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한 것이며, 미국이나 한국 정부가 경제적 실체로서 가상자산을 인정하고 있는 현실이나 거래소가 보관하고 있는 가상자산을 압수의 대상으로 인정한 최근 대법원 판결 등을 감안할 때 횡령죄나 배임죄 성립을 부정했던 대법원의 견해가 변경될 수 있다고 보는 법조인도 적지 않다.
5년 전 대법원이 어떤 이유로 횡령죄와 배임죄 성립을 부정했는지를 살펴보면, 그동안의 사정 변경이 과연 대법원의 견해 변경으로 이어질 만한 것인지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사건에서 오지급된 비트코인을 반환하지 않고 처분한 당첨자들의 법적 책임을 따지는 데 있어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애초 빗썸이 공지한 당첨금이 1인당 2000원에서 5만원이었다는 점이다. 공지된 당첨금과 오지급된 비트코인 가액이 현저하게 차이 나는 만큼 당첨자 입장에서 "당첨금으로 오인했다"거나 "오입금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횡령이나 배임의 고의를 부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오입금된 199.994비트코인 다른 계정에 옮기고 일부 환전해 사용
당시 문제가 됐던 사건은 그리스 국적의 A씨가 보유한 비트코인 약 200개가 경기도 평택시에 살던 B씨에게 잘못 이체된 사안이었다.
B씨는 2018년 6월 20일 알 수 없는 경위로 A씨의 모 가상자산 거래소 가상지갑에 들어 있던 199.999비트코인을 자신의 계정으로 이체받았다. B씨는 다음날인 같은 해 6월 21일 자신의 다른 2개의 계정에 각각 29.998비트코인과 169.996비트코인을 이체한 뒤 2비트코인을 약 1500만원으로 환전했고, 닷새 뒤인 같은 해 6월 26일 1비트코인을 약 700만원으로 환전했다. B씨는 이같이 환전한 돈을 자신의 대출채무 변제와 유흥비 등으로 사용했고, 2018년 7월 11일 A씨의 신고를 받은 거래소 법무팀으로부터 비트코인 반환 요구를 받고도 이를 거부했다.
검사는 B씨가 잘못 이체된 비트코인을 A씨에게 반환하기 위해 그대로 보관해야 할 신의칙상의 신임관계를 위반해 총 199.994비트코인을 취득하고, A씨에게 시가 상당(약 14억8700여만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주위적 공소사실로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B씨를 재판에 넘겼다.
1·2심 횡령죄 무죄…"가상화폐 재물로 볼 수 없고, 통화와 달라"
1심 법원은 주위적 공소사실인 횡령죄는 무죄로 봤지만, 예비적 공소사실인 배임죄를 유죄로 판단, B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횡령죄와 배임죄는 신임관계를 배신했다는 본질은 같지만 횡령죄는 '재물'을, 배임죄는 '재산상 이익'을 객체로 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1심 재판부는 "가상화폐의 일종인 비트코인은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로 볼 수 없다"며 횡령죄 무죄를 선고했다. 횡령죄는 신임관계에 기초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할 때 성립하는 범죄다.
재판부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는 자연물리계에서 일정한 질량과 공간을 차지하는 물리적인 실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유체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민법상 물건에 포함되는 '관리할 수 있는 동력'에서의 관리는 물리적 관리만을 의미하는데, 가상화폐는 사무적 관리의 대상으로 봐야 하며 ▲대법원이 착오 송금에 대해 횡령죄 성립을 인정한 예금채권과 달리 가상화폐를 취득한 것만으로 그 거래 시세에 대응하는 특정한 금액의 금원을 법률상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근거를 들었다.
착오 송금의 경우 계좌명의인이 직접적으로 취득하는 것은 수취은행에 대한 '예금채권'이지만, 일반적으로 거래계에서 예금을 금원과 사실상 동일시하고 있고, 예금채권의 형태로 계좌에 들어있는 돈은 금전이라는 재물로 인출하기 용이하다는 특성을 고려해, 계좌명의인은 송금된 금원 자체를 예금의 형태로 법률상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가상화폐는 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비트코인을 위시한 각종의 가상화폐가 등장해 사실상 상당한 환금성을 가지고서 거래되고 있는 실정임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가상화폐는 국가에 의해 법적으로 통화로서의 강제통용력이 부여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법적성격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정의되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또 재판부는 "예금채권은 표시되는 액면에 해당하는 고정적인 가치의 법정통화를 표상해 대응하는 반면, 가상화폐는 그 시세가 수시로 변동될 뿐만 아니라, 거래소에 따라서도 시세를 달리하고, 실물가치를 가지지 못하는 가상화폐의 특성상 수요에 따라서는 가치가 '0'원으로 수렴할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으므로, 가상통화를 보유하게 된다고 해서 다른 거래상대방이나 혹은 거래소 등의 업체를 통해 특정한 금액에 해당하는 금원의 지급이 반드시 보장돼 있다고 말할 수 없고, 따라서 가상화폐를 취득한 것만으로 그 거래 시세에 대응하는 특정한 금액의 금원을 법률상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횡령죄에 대한 이 같은 1심 판단은 2심과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1·2심 배임죄 유죄…"보호 필요성 착오 송금과 달리 볼 이유 없어"
한편 1심 법원은 배임죄는 유죄로 판단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했을 때 성립한다.
재판부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일종의 투자수단 내지 거래의 지급수단으로서 상당한 환금성을 가지고 거래되고 있는 만큼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재산적 가치를 지니고 있고 ▲B씨와 A씨 사이에 비트코인 이체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없음에도 알 수 없는 경위로 B씨가 A씨의 비트코인을 이체받아 보관하게 된 이상 이는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할 성격의 것이며 ▲신의칙에 근거한 신임관계를 인정함으로써 피해자의 재산을 형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착오 송금'의 경우와 달리 볼 이유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2심 재판부 역시 1심과 마찬가지로 B씨의 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체받은 비트코인을 신의칙에 근거해 소유자에게 반환하기 위해 그대로 보관하는 등 피해자의 재산을 보호하고 관리할 임무를 부담하게 함이 타당하므로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2심 법원은 B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 배임죄도 무죄로 판단…"착오 송금 횡령죄 판례 유추적용은 죄형법정주의 반해"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배임죄 유죄를 인정한 2심의 판단에는 배임죄의 주체, 즉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도 "가상자산 권리자의 착오나 가상자산 운영 시스템의 오류 등으로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다른 사람의 가상자산 전자지갑에 가상자산이 이체된 경우,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는 가상자산의 권리자 등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며 민법상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은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러나 이는 당사자 사이의 민사상 채무에 지나지 않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사람이 신임관계에 기초해 가상자산을 보존하거나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은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경우에는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신임관계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고도 했다.
대법원은 "가상자산은 국가에 의해 통제받지 않고 블록체인 등 암호화된 분산원장에 의해 부여된 경제적인 가치가 디지털로 표상된 정보로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며 "가상자산은 보관됐던 전자지갑의 주소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그 주소를 사용하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고, 거래 내역이 분산 기록돼 있어 다른 계좌로 보낼 때 당사자 이외의 다른 사람이 참여해야 하는 등 일반적인 자산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같은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관련 법률에 따라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 등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고 그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므로, 형법을 적용하면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은 "원인불명으로 재산상 이익인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가 가상자산을 사용·처분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착오송금 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한 판례를 유추해 신의칙을 근거로 피고인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밝혔다.
이후 파기환송심을 맡은 수원고등법원은 2022년 6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B씨에게 배임죄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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