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관계 악화 시 '무기화' 우려

유럽에서 비자와 마스터카드 같은 미국 결제 시스템의 의존도를 시급히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전통적 동맹인 미국과 유럽 간 관계가 흔들리는 가운데, 양측 관계 악화 시 미국 결제 시스템의 시장 지배력이 무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9일(현지시간) 마르티나 바이머트 유럽결제이니셔티브(EPI)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제 결제 솔루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PI는 유럽 16개 은행 및 금융 서비스 회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다.

비자와 마스터카드.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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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머트 CEO는 "물론 국내 결제 카드시스템과 같은 훌륭한 국가적 자산들이 있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결제 시스템은 없다"며 "우리 모두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고, 이것이 시급한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지금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유로존(유로화 사용 21개국) 카드 거래의 약 3분의 2는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차지했다. 유로존 13개 회원국은 이들 미국 카드사를 대체할 자체 결제 시스템이 없는 상황이다. 자국 결제 시스템이 존재하는 국가에서도 그 사용률이 줄고 있다.


현금 사용이 감소하는 가운데 유럽 당국자들은 미국 결제 기업들의 막강한 영향력이 미·유럽 간 관계가 악화할 경우 무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전 ECB 총재는 최근 "깊은 통합은 모든 파트너가 동맹이 아닐 경우 악용될 수 있는 상호 의존성을 만들어냈다"며 "한때 상호 견제의 원천으로 여겨졌던 상호 의존성은 이제 협상과 통제의 수단이 됐다"고 지적했다.

EPI는 지난 2024년 애플페이의 대안으로 유럽형 디지털 결제 시스템 '베로(Wero)'를 출시했다. 베로는 현재 벨기에, 프랑스, 독일에서 485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으며, 오는 2027년까지 온·오프라인 매장 결제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 美비자·마스터카드 결제시스템 대체 시급" 원본보기 아이콘

바이머트 CEO는 최근 지정학적 상황으로 인해 국경을 넘는 유럽 결제망을 구축하는 일이 주류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ECB는 과거 민간 주도 결제 프로젝트들이 표준 통합과 규모 확장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로존 전역에서 통화 주권 강화를 목표로 디지털 유로 도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디지털 유로는 정치권과 금융권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일부 은행들은 민간의 노력을 약화한다며 반대 로비를 벌이는 중이다. FT는 올해 말 유럽의회 표결에서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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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로의 도입 시점이 너무 늦다는 비판도 있다. 지정학적 긴장이 심화할 경우 디지털 유로가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에는 너무 늦을 수 있다는 경고다. 바이머트 CEO는 "디지털 유로의 문제는 몇 년 뒤에야 도입된다는 점인데, 아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임기 이후일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시기를 조금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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