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종지부 찍었다"…다카이치 1강체제에 日서도 우려의 목소리
日 언론들, "사나카츠 열풍 만든 팬덤이 이겨"
"향후 정국 개헌 대 헌법 수호' 양분될 것"
지난 8일 일본 총선에서 자민당이 압승하며 사실상 '다카이치 1강 체제'가 굳어진 가운데, 정당 정치 시스템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신문)은 10일 '팬덤 정치 선거가 전후 민주주의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제목의 칼럼을 내고 "서구와 다른, 일본형 포퓰리즘에 도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방국가처럼 격렬한 사회 분열이나 충돌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조용히 정당 정치라는 시스템이 용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팬심이 일본형 포퓰리즘의 원인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닛케이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가져온 승리에는 정책조차 보이지 않는다. 있는 것은 알기 쉬운 팬덤 정치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 국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카이치 총리가 가지고 다니는 가방, 볼펜 등을 본인도 구매하거나 관련된 장소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Z세대까지 동참하는 연령 불문의 열풍에, 팬덤 활동을 일컫는 일본어 '오시카쓰'와 다카이치 총리의 이름을 합친 '사나카츠'가 신조어로 떠올랐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중의원 선거 지원 유세 현장에 모인 사람들. 다카이치 총리 유세관람부터 관련 소지품 구매까지 전례없는 정치인 팬덤 현상이 관측된다. 요코하마(일본)=연합뉴스.
고노 유리 호세이대 교수는 "중의원 해산 명분, 엔화 약세를 둘러싼 발언 등을 언론이 비판해도 전혀 타격이 없었다. 정책 논의는커녕 말이 안 되는 현상"이라고 마이니치에 전했다. 그러면서 "다카이치 총리는 기존 일본 정치인과는 많이 다르다. 선거구를 물려받지도 않고, 서민 출신에 간사이(관서 지방) 사투리를 사용한다"며 "이런 아웃사이더 면모가 팬덤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압승 이후 자민당 내부의 엇갈리는 분위기를 전했다. 정책 입안에 추진력을 가질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총리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타난다고 전했다. 특히 의석수로 안보 관련 법안 등을 밀어붙였던 아베 신조 전 총리를 다카이치 총리가 계승하고 있다며, 당내 균형과 견제의 목소리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민당 관계자는 "이제 당내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의견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 파벌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나는 총리와 이 정도로 친하다는 어필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다카이치 총리 측근은 "총리는 혼자서 틀어박히기 쉬운 성격인데, 이 한명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 관저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부정적인 말을 직언하는 존재가 없으면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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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정국은 '개헌 대 헌법 수호'의 구도로 양분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나카키타 고지 추오대 교수는 "앞으로 부부별성제(결혼을 해도 한쪽의 성을 따르지 않는 것)나 동성혼과 같은 진보 야당의 쟁점이 아니라, 오로지 헌법 9조를 둘러싼 정쟁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며 "독주하는 권력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시민의식이 커질지, 혹은 패전 이후 이룬 민주주의가 무너질지 여부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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