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AI 강국의 조건은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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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공지능(AI) 전략을 향한 해외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오징어 게임'에 빗대 보도했고, CNBC는 AI 강국을 향한 이러한 한국의 접근 방식을 "독특한(one-of-a-kind)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단순한 기술 추격자가 아니라, AI 경쟁의 판을 실험하는 국가로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로이터통신과 AFP 역시 한국의 AI 법제를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와 비교하며 다뤘다. 고영향 AI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기준으로 규율하려 하는지가 해외 독자들에게 설명됐다. 기술 성과보다 기술을 다루는 방식, 즉 '규범과 선택'이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는 신호다.

한국식 AI 전략의 초점은 분명하다. 처음부터 AI 전 영역을 장악하기보다는 글로벌 기술망 속에서 초점을 맞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을 깊게 파고들려 한다. 이는 낯선 상황이 아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 역시 같은 길을 걸었다. 반도체 설계 분야의 한계를 인정한 채,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라는 강점이 있는 영역을 전략 자산으로 키우며 글로벌 산업의 중심에 섰다. 불균형을 인정하고 강점을 극대화한 선택이 경쟁력이 됐다.


그런데 한국이 AI 전략을 펴는 과정에서 목표로 제시한 '소버린 AI'에 대한 논의는 기준이 충분히 공유되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다. 소버린(sovereign)이라는 단어가 '전면 국산화'로 오해되면서, 정책의 방향과 산업 현실 사이의 간극이 오히려 커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둘러싼 논의 역시 같은 맥락이다. 1차 평가에서 기술적 통제 범위나 전략적 목표에 대한 논의보다는, '우리 것이냐, 아니냐'를 둘러싼 독자성 논쟁이 앞서며 논의가 소모적으로 흐른 측면이 있었다.

AI 주권은 선언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글로벌 기술망 속에서 특정 계층의 의사결정과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영향력 없는 독립은 고립에 가깝고, 통제력 없는 개방은 종속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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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정부 고위관계자는 "글로벌 AI 강국이 된다는 것은 K-컬처처럼 자연스럽게 영향력이 확산되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굳이 스스로를 선진국이라 선언하지 않아도, 다른 나라가 기준으로 삼기 시작할 때 이미 강국이 된다는 뜻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 것이냐, 아니냐'의 이분법이 아니다. 한국이 세계 AI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얼마나 영향력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합의가 필요하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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