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인질 삼은 표밭 정치
불안 심리 팔아 돈 벌려는 업자들
주민들 눈 크게 뜨고 본질 봐야

[서울NOW]"서울시장 바뀌면 모아타운도 없어진다"는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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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곳곳의 노후 저층 주거지에서 묘한 풍문이 돌고 있다.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이 바뀌면 모아타운이 다 없어진다"는 얘기다. 일부 정비업체 관계자들과 업자들, 조합 추진위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퍼지는 이야기다. 주민들에게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며 서둘러 동의서를 받아내려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


더 노골적인 경우도 있다. 아예 시공·용역업체와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하려는 것이다. "지금 안 하면 기회가 없다. 선거 전에 구역 지정을 받아 놔야 한다"며 주민들을 다그쳐 사업 타당성 검토도 제대로 하기 전에 업체 선정부터 서두르게 만든다. 일부 업체는 "우리와 먼저 계약해야 구역 지정도 유리하다"며 주민들을 현혹한다. 선거를 이용해 졸속 계약을 따내려는 속셈이 적나라하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시장이 당선되면 모아타운이 전부 백지화된다'는 식의 가짜뉴스까지 유포된다. 정책이 아니라 불안 심리를 팔고 있는 셈이다. 정책을 정치적 도구, 선거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이런 충동질에 충분한 검토 없이 서둘러 추진하다가 주민 간 갈등이 야기되는 사례도 속출한다.


모아타운은 오세훈 시장 주도로 활성화된 정책이지만 엄연히 법과 조례에 근거를 두고 있다. 시장이 바뀌건 바뀌지 않건 하루아침에 사라질 성격의 정책도 아니다. 모아타운은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소위 소규모주택정비법)’에 기반한다. 소규모 블록 단위로 노후 주택을 공동으로 정비하는 제도다.

소규모주택정비법은 2018년부터 시행했지만, 오세훈 시장 재임 이후인 2022년 모아타운을 적극 공모·확대해 ‘오세훈표’ 정책으로 불린다. 모아'주택'(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을 묶어 '타운'으로 개발한다고 해서 이름도 모아타운으로 작명했다. 2022년부터 서울 시내에서 한 달 평균 서너 곳씩 지정해 현재까지 120여곳 가까이가 지정됐다. 강북지역을 중심으로 규모로는 4만가구, 10만여명의 주민이 얽혀 있다.


도시 정비는 이념이나 정파의 문제가 아니라 주거 현실의 문제다. 낡은 집에서 불안하게 사는 주민들의 삶은 누가 시장이 되든 달라지지 않는다.


주민들은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모아타운이 우리 동네에 필요한지, 사업성은 있는지, 위험 요소는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선거 결과에 따라 정책이 없어질까봐 조급하게 도장 찍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조급함이 부실한 사업계획으로 이어지고, 결국 주민 피해로 돌아온다.


정치권도 정책을 인질로 삼는 행태를 경계해야 한다. 모아타운의 성과는 인정하되, 보완할 점도 솔직히 논의해야 한다. 누가 시장이 되더라도 챙겨야 할 과제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 공무원들은 이해관계로 얽힌 ‘업자’들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민원이 없으면 개입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일 처리는 '대형 사고가 터지면 그때 움직인다'는 방관적 태도와 다를 바 없다. 또한 주민 이익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로 정책을 재단하는 순간, 도시 정비는 표밭 정치의 먹잇감으로 전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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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일이 100일 남짓 남았다. 앞으로 'OO 후보 당선되면 XX 정책 없어진다'는 식의 협박성 주장들이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유권자들은 눈을 크게 떠야 한다. 정책의 본질은 무엇인지, 우리 동네에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모아타운이든 뭐든, 주민이 주인이다. 정치인도, 업자도 아니다.


김민진 사회부 지자체팀 부장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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