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고령자수 121만명→2040년 180만명↑
2023년 기준 치매머니 153조…GDP 6.4% 수준
신탁 활용 범위 확대 필요…현행법 규제 개선해야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치매 환자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치매머니 관리를 위해 거주용 부동산과 연금, 보험금까지 신탁 대상으로 확대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현재 고령자가 주로 현금 자산만 신탁에 맡기고, 다양한 자산을 신탁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치매머니 관련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한 가운데 치매머니를 주제로 한 금융 교육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치매 고령자 수는 2030년 121만명에서 2040년 180만명, 2050년에는 226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국내에 잠들어 있는 이른바 '치매머니'는 160조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치매머니란 치매 고령자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과 금융자산, 근로·연금 소득 등을 의미한다. 실제 지난해 5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치매머니 전수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치매머니 규모는 약 154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6.4% 수준으로 추정됐다. 2050년에는 488조원으로 GDP의 1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치매 환자는 재산 관리 과정에서 무분별한 인출이나 사기·횡령, 가족 간 재산 분쟁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보호 장치가 필요한 실정이지만 현행 제도는 보호에 치중한 나머지 자산을 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까지는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는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권과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치매머니를 제도권 안에서 보호·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제도 차원의 해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는 수단이 바로 '신탁'이다. 치매 이전 또는 초기 단계에서 자산을 신탁에 맡기면, 이후 판단 능력이 저하되더라도 계약에 따라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경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지난 6일 발표한 '치매머니 관리를 위한 신탁 활용' 보고서에서 치매머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탁의 활용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예금 중심의 기존 신탁 구조에서 벗어나 부동산과 연금, 보험 등 고령층이 보유한 주요 자산을 신탁에 편입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매머니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13조799억원으로 전체의 74.1%를 차지한다. 하지만 현행 제도상 거주용 부동산을 신탁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법적 제약이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신탁업자가 신탁받을 수 있는 자산 유형에 채무를 포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대출이 설정된 주택은 현행 제도에서 신탁 설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실적으로 대출 없는 주택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치매머니 관리 수단으로서 신탁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령자의 연금과 보험금도 신탁 대상으로 설정해 생활비와 의료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행 연금 제도는 연금을 받을 권리를 제3자에게 넘기는 것을 제한하고 있어 연금을 신탁에 맡겨 관리하거나 생활비·의료비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보험금 역시 법령상 일부 생명보험금에만 신탁이 허용돼 치매보험 등은 신탁을 통한 관리가 사실상 어렵다.
치매머니에 대한 인식 개선과 교육의 중요성도 날로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협력해 연간 7만~8만명을 대상으로 전국 순회 금융교육을 진행 중인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는 3월부터 금융교육 과정에 치매머니 관련 내용을 포함할 계획이다. 치매머니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후대에 이전할 수 있도록 하면 자금이 경제 전반에서 선순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관계자는 "75세 이상 고령층의 자산이 자녀 세대(60대)로 넘어가면 소비가 크지 않아 돈이 잘 쓰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손자녀 세대로 이전되면 창업이나 주거, 교육, 소비 등 실제 경제 활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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