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배달앱 수수료 규제, 섬세한 접근을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배달 3사 체감도 조사' 결과는 수년째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중개 수수료 문제를 환기한다. 100점 만점에 평균 49.1점,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배달 앱 3사에 대한 입점업체의 체감 만족도다. 업체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도긴개긴, 50점을 넘은 곳이 없다. 동반성장지수 평가 대상 대기업의 평균 점수가 73.47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배달 앱의 성적표는 더 초라해 보인다. 그동안 배달 플랫폼 기업은 입점업체의 수익 증대 효과를 강조하고 동반성장과 상생을 외쳤지만 충분한 공감을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중개 수수료다. 해묵은 문제지만 여전히 엉킨 실타래를 풀지 못했다. 배달플랫폼 상생협의체에서 합의한 안을 반영해 지난해 시장 1, 2위인 배달의민족, 쿠팡이츠는 중개 수수료를 기존 9.8%에서 매출에 따라 2.0~7.8%로 낮춰 차등 적용했다. 그런데도 입점업체는 수수료 인하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 12월에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주문 건당 중개수수료율은 평균 8.2%로 나타났다. 수수료 적정성 점수는 평균 38.2점으로 현저히 낮았고 중개수수료와 배달비 등 배달앱 이용료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8.3%에 그쳤다.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입점업체들의 호소는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올해 배달 플랫폼의 독과점 지위 남용 행위에 엄정 대응하고, 입점업체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배경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정책 목표는 간명하다. 배달 플랫폼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영세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원인인 수수료를 묶어두면 된다는 단순한 접근은 근본적인 해법과 거리가 있다. 당장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방식대로 수수료의 상한선을 두는 강압적인 규제로 정책 목표에 가닿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이견이 많다. 배달 앱 비즈니스가 작동하는 생태계의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다단해서다. 소비자가 내는 비용이 늘어 소비자 편익을 저해할 것이라는 주장부터, 플랫폼이 배달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비를 줄여 라이더 수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 산업을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보면 외려 입점업체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혼재해 있다.
수수료 상한선을 둔다손 치더라도 그 수준에 대해선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중기부의 조사에서 입점업체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중개수수료는 4.5%였다. 이를 만족시키려면 플랫폼 기업에 수수료 수익이 반토막 나는 것을 감수하라고 윽박질러야 하는데, 현실성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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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은 중하다. 하지만 여기에만 기대 설익은 규제를 추가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다. 수수료를 손보는 것이 이 생태계를 지탱하는 다른 이해관계자의 얽히고설킨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플랫폼의 혁신과 확장을 보장하는 균형적 규제 설계도 필요하다. 정부가 내세우는 정책 목표에 기업도 동의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입점업체는 49점이라는 점수를 줬지만, 94.7%는 배달 앱 이용 중단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생태계가 흔들리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힘으로 짓누르기보다는 치밀하고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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