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단독 중계에 시청률 1.8% 불과
8시간 시차에 주요 경기 새벽 시간대
대중은 외면, 기업은 이탈리아 현지 마케팅
올림픽 마케팅 두고 양극화 현상 두드러져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지난 6일(현지시간) 개막했지만, 대한민국 유통업계와 자영업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과거 올림픽 시즌마다 등장했던 대규모 할인 행사와 한정판 마케팅은 자취를 감췄고, 자영업자들이 기대하던 '올림픽 특수'마저도 실종됐다. 이 같은 분위기에는 ▲8시간 시차 ▲JTBC 단독 중계 체제 ▲콘텐츠 소비 행태 변화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평행 대회전 결승에 출전한 김상겸이 은메달을 확정 지은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JTBC 단독 중계에 시차 겹쳐…올림픽 중계 '그들만의 축제'
먼저 이렇게 차가운 올림픽이 된 연유에는 올림픽 중계의 진입 장벽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은 JTBC 단독 중계 체제로 운영되며, 기존 지상파 3사의 동시 중계 방식과 달리 채널 접근성이 낮아졌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JTBC가 생중계한 개회식(7일 새벽 기준) 시청률은 1.8%로 집계됐다. 재방송 시청률도 1.9%에 그치며 올림픽 특유의 '시청률 특수'는 실종됐다. 이는 2024 파리 올림픽 당시 지상파 3사의 개회식 누적 시청률(3.0%)과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게다가 이탈리아와 한국 간 8시간 시차로 인해 주요 경기가 대부분 자정 이후 혹은 새벽에 편성되면서, 야식 수요 증가나 단체 응원 문화 자극도 어려워졌다.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개막한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평화의 아치'(아르코 델라 파체·Arco della Pace) 성화대에서 성화 최종 주자로 나선 이탈리아 알파인 스키의 전설 데보라 콤파뇨니와 알베르토 톰바가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성화를 점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이런 분위기는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서울 강북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예전에는 새벽 경기라도 단체 주문이 있었지만, 이번엔 문의조차 없다"며 "평범한 2월보다도 더 조용하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해당 커뮤니티에는 '올림픽 특수'가 사라졌다고 토로하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이 가운데, 올림픽 특수를 체감하지 못하는 현상은 단순히 시차나 중계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소비 변화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인 가구의 증가와 OTT 콘텐츠 중심의 소비문화는 기존 올림픽 소비 패턴을 무너뜨렸다. 예전처럼 거실 TV 앞에 모여 단체 응원을 하며 치맥을 즐기던 풍경은 사라졌고, 대신 개인화된 콘텐츠 소비와 숏폼 중심의 하이라이트 시청이 주를 이루게 됐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모두가 같은 경기를 보던 시대는 지났다"며 "올림픽이 더는 대중 마케팅의 핵심 소재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구글 트렌드 기준 'Olympic' 검색량도 지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팬데믹 이후 대회들의 관심도는 대부분 50 미만으로 집계됐다.
국내는 조용, 현지는 '마케팅 전쟁'
과거와 달리 올림픽을 비롯한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짐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대규모 이벤트를 줄이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개최지 현지에서 브랜드 홍보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빌라 네키 캄필리오에서 코리아하우스 개관식이 열리고 있다. 코리아하우스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스포츠 외교와 K-컬처 홍보의 장으로 활용된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삼성전자는 밀라노 두오모 광장, 팔라초 세르벨로니에 '삼성 하우스'를 개관하고, 갤럭시 XR 체험존, 대형 LED 광고판, 옥외 광고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CJ제일제당은 '코리아하우스' 내 '비비고 존'을 운영하며 K-푸드 알리기에 나섰고, 맥주 브랜드 카스도 현지 응원 용품을 지원하며 이탈리아 현지 밀착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각에선 단기 이벤트에만 기대는 마케팅 방식은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 불확실성과 미디어 환경 변화가 겹친 상황에서, 단순히 '올림픽 특수'를 노리기보다는 브랜드 자체의 지속가능성과 충성 고객 확보 전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아무리 큰 이벤트라도 소비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시대는 아니다"며 "마케팅 전략을 소비자의 일상 속 깊이 들어가는 방식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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