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부동산 성전, 무엇과 싸울 것인가
싸움의 상대 '투기세력' 아닌
우리 모두에 내재한 '투기심'
대통령은 타박했지만 개인 혹은 한 가정 차원에서 보면 부동산만큼 합리적인 투자처를 찾기는 힘들었다. 적어도 산업화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국한하면 지금까지도 맞는 얘기다. 자산 가치가 오르는 속도는 화폐 가치에 몇 배에 달했다. 지대를 꼬박꼬박 챙길 수 있었고 여차하면 직접 들어가 살면서 주거비를 아끼는 것도 가능했다.
이렇게 체득화된 믿음이 집단 차원으로 번지면 사정이 달라진다. 각자의 합리적 결정이 모여 집단의 비합리적 결실로 이어진다. 한곳으로 쏠릴 경우 필연적으로 거품이 낀다. 사회 구성원이 부동산만 바라보고 생산적인 곳에 써야 할 자본을 땅에 묶어두다 국가 경제가 휘청인 전례를 우리는 이미 본 적이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도, 중국이 개혁·개방 후 성장을 이어오다 구조적 위기설이 불거진 것도 부동산 거품이 직간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우려하는 것도 이러한 지점인 것 같다. 지난해 집권 초기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는 대출을 묶고 규제지역으로 묶어 거래를 어렵게 해놔도 서울 요지의 집값은 고공행진했다. 지난 대선 전후부터 부동산 문제에 원론적인 태도를 견지하다 어느 순간부터 강공 모드로 돌아선 것도 '부동산 불패'라는 심리가 좀처럼 깨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을 테다.
일단 칼을 빼들자 거침이 없다. 적어도 민주당 정부의 약점인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선 지방선거가 있는 오는 6월까지는 로키로 가지 않겠냐는 전망도 있었는데 정면돌파를 택했다. 이 대통령의 시선은 일차적으로 다주택자를 겨냥하고 있다. 사는(live) 집이 아닌데도 사는(buy) 건 투기 아니냐는 얘기다. 넌지시 압박도 하고 좋은 말로 구슬리기도 한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둘러싸고 직업 공무원이 머뭇거릴 때도 이 대통령은 "이미 답은 지난해 정해졌다"면서 중과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여기에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 "당장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으면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얼마든 있다" "망국적 부동산 투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는다" 등 결기 어린 메시지를 연일 쏟아냈다. 가히 부동산 성전(聖戰)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전선을 분명히 한다는 점에서 대통령 본인 혹은 범정부 차원에서 투기심 가득한 다주택자를 상대하는 설정은 그럴듯하다. 왠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다. 다만 마음 한구석에 찝찝한 느낌은 남는다. 다주택자의 손발을 묶고, 안 사는 집을 처분케 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만으로 수십 년에 걸쳐 구축된 부동산 도그마를 깨트릴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도그마는 원래부터 합리적 판단과 신념이 작용하지 않는 영역이다.
이는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욕망과도 맞닿아 있다. 새로 만든 제도나 정책이 특정 집단이나 계층을 대상으로 할 순 있어도 사회 구성원 다수의 욕망을 제어하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필자는 본다. 과거 통용됐던 걸 못 하게 하니 사다리 걷어차기라며 반발이 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화두를 꺼낸 김에 부동산으로 투영된 우리 각자의 욕망을 마주하고 맞서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성전의 상대는 투기 '세력'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 내재한 투기심 그 자체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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