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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균이 혈전을 만든다?…장출혈성 대장균의 '숨은 독소' 규명[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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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X 독소가 적혈구를 응고 촉진 상태로 바꾸는 새 경로 밝혀

흔한 식중독으로 알려진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이 일부 환자에서 치명적인 혈전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이유가 새롭게 밝혀졌다. 그동안 혈관 손상을 유발하는 시가독소(Shiga toxin)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돼 왔지만, 국내 연구진이 적혈구 자체를 '혈전 촉진 상태'로 바꾸는 독소 경로를 규명하며 감염성 혈전 질환에 대한 이해를 확장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정한영 충남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와 배옥남 한양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공동연구팀이 장출혈성 대장균(EHEC) 감염 시 나타나는 혈전 합병증의 새로운 기전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RTX 계열 독소(EhxA)에 의해 적혈구가 응고 촉진 상태로 전환되고 정맥 혈전이 형성되는 과정(모식도). 장출혈성 대장균(EHEC)이 분비하는 RTX 계열 독소 EhxA가 적혈구 막에 구멍을 형성하면 칼슘 유입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적혈구 표면에 인지질 PS가 노출된다. 이 과정에서 미세소포 형성과 적혈구 형태 변화가 나타나며, PS가 노출된 적혈구는 응고 활성이 높아져 트롬빈 생성과 적혈구 응집을 촉진한다. 이러한 반응이 누적되면 혈관 내 응고가 증폭돼 정맥 혈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림설명 및 제공 : 정한영 충남대 약대 교수

RTX 계열 독소(EhxA)에 의해 적혈구가 응고 촉진 상태로 전환되고 정맥 혈전이 형성되는 과정(모식도). 장출혈성 대장균(EHEC)이 분비하는 RTX 계열 독소 EhxA가 적혈구 막에 구멍을 형성하면 칼슘 유입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적혈구 표면에 인지질 PS가 노출된다. 이 과정에서 미세소포 형성과 적혈구 형태 변화가 나타나며, PS가 노출된 적혈구는 응고 활성이 높아져 트롬빈 생성과 적혈구 응집을 촉진한다. 이러한 반응이 누적되면 혈관 내 응고가 증폭돼 정맥 혈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림설명 및 제공 : 정한영 충남대 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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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독소로는 설명 못 한 혈전…적혈구 변화에 주목

장출혈성 대장균은 심한 혈변과 복통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식중독균이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용혈성 요독증후군(HUS)나 혈전성 미세혈관병증(TMA)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기존 연구는 시가독소가 혈관 내피를 손상시키는 경로에 초점을 맞춰 왔지만, 실제 감염 환자에서 관찰되는 혈전 반응을 모두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혈전 형성이 혈관 손상뿐 아니라 혈액 세포, 특히 적혈구의 성질 변화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적혈구는 병적 조건에서 인지질 PS(포스파티딜세린)를 표면에 노출하며 응고 반응을 증폭시킬 수 있지만,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에서 어떤 독소가 이 변화를 유도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RTX 독소 EhxA, 적혈구를 '혈전 제조기'로 전환

공동연구팀은 장출혈성 대장균이 분비하는 RTX(Repeats in ToXin) 계열 독소 EhxA가 적혈구 막에 구멍을 형성해 칼슘 유입을 증가시키고, 이로 인해 적혈구 표면에 포스파티딜세린(PS)가 노출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PS가 노출된 적혈구는 트롬빈 생성을 촉진하고, 적혈구 응집과 혈관 내피세포 부착을 강화해 혈관 내 응고 반응을 증폭시킨다.


이 과정에서 적혈구는 원반형에서 가시형, 구형으로 형태가 변화하고 미세소포가 형성되는 등 '혈전 촉진 상태'로 전환된다. 동물 실험에서도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 시 적혈구 변화와 정맥 혈전 형성이 증가한 반면, EhxA 결손 균주 감염에서는 적혈구 형태 변화와 혈전 지표가 함께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RTX 독소 EhxA-적혈구 경로가 실제 생체 내 혈전 형성과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감염성 혈전 합병증을 '시가독소-혈관 손상' 중심으로 보던 기존 관점을 넘어, 'RTX 계열 독소(EhxA)-적혈구-응고 증폭'이라는 새로운 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진은 향후 EhxA나 RTX 계열 독소를 표적으로 한 중화 전략과 함께, 적혈구 PS 노출 등 세포 변화 지표를 활용한 혈전 위험도 평가와 대응 전략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개인기초연구 및 선도연구센터(MRC)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지난 7일 온라인 게재됐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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