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입문…유럽·亞·다자외교 거친 정통 외교관

편집자주주한 외국 공관(대사관, 영사관)은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맞물린 핵심 외교 거점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100개국이 넘는 국가가 대사관을 운영한다. 외교 영역의 역할을 넘어 우호 협력의 대상은 정치, 경제, 문화, 국방, 과학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주한 대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제 사회의 관심 현안을 살펴보고, 한국 사회가 천착해야 할 방향에 관해 진단해 본다.

유리 예르비아호 주한핀란드 대사는 지난달 29일 주한핀란드대사관에서 진행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양자컴퓨팅은 전략적으로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핵심기술"이라며 "한국은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이며 한국 정부, 기관과 기꺼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예르비아호 대사는 인터뷰 도중 알렉산더 스툽 핀란드 대통령의 저서 '힘의 삼각형'을 인용하며, 변화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한미일 그리고 유럽이 어떻게 균형을 재구축해야 할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될수록 한국과 핀란드처럼 신뢰할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 파트너의 연대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정부가 관심을 두는 양자컴퓨터 분야를 양국의 기술 협력 모델의 대상으로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국이 상호 이익을 위해 협력해야 하며, 그중 경제도 중요한 협력의 대상이라는 의미다.

예르비아호 대사는 광물 협력과 관련해서도 "핀란드는 좋은 광물 자원과 매우 강력한 광업 부문을 갖고 있다. 니켈, 코발트, 리튬, 흑연 같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을 채굴할 수 있어 한국의 전기차 산업 발전을 기꺼이 지원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예르비아호 대사는 유럽의 지정학적 현실과 국제 관계 등을 언급하면서 국제법과 유엔 헌장에 기반한 정의로운 평화가 우크라이나에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르비아호 대사는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가 무너지면 세계는 오직 힘의 투사 능력에 의존하는 위험한 혼돈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예르비아호 대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들은 기본적인 규칙과 법에 기반해 상호작용할 수 있는 국제 시스템과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협력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종류의 국제 규칙도 없다면 국제 시스템은 더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며 "규칙 없는 국제 시스템은 우리 모두에게 더 위험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예르비아호 대사와의 일문일답.

유리 예르비아호 주한핀란드대사가 서울시 종로 핀란드 대사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유리 예르비아호 주한핀란드대사가 서울시 종로 핀란드 대사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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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팅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는데.


▲핀란드 양자컴퓨터 기업 IQM이 지난해 봄 충북대학교에 아시아 최초로 양자컴퓨터를 설치한 사례가 있다. 핀란드는 극저온 물리학과 초전도 큐비트 분야에서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에서 IQM 같은 세계적 수준의 기업이 탄생했다.


-한국과 핀란드 양국 관계의 유사점과 강점은 무엇인가.


▲한국과 핀란드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첨단기술 사회, 고도로 발전된 사회를 이루고 있다. 협력하고 파트너십을 맺을 것이 매우 많다. 특히 기술 분야의 상호보완성이 크다. 한국에는 거대 대기업들이 있고, 핀란드는 기술에 대한 매우 좋은 연구와 혁신 기반을 갖추고 있어 서로를 보완하며 함께 일할 수 있다. 연구 협력이 중요해짐에 따라 올가을 대사관에 연구 분야만 집중하는 과학담당관이 새로 부임할 예정이다.


-AI 발전과 지정학적 불안정성에 따라 위성을 다루는 기업의 위치도 중요해졌는데.


▲위성 기술 분야에서 핀란드 민간위성 기업인 '아이스아이(ICEYE)'는 대표적 성공 사례기도 하다. 10년 전 알토대학교에서 두 학생이 시작한 스타트업이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기술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구름과 어둠을 극복할 수 있는 소형 비용효율적 위성을 만들기 시작했고, 민간 분야뿐 아니라 국방 분야에서도 매우 유망한 응용 분야가 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광물 분야 협력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한국 니켈 수입의 약 45%가 핀란드산이다. 단순히 핀란드에서 조달하는 것을 넘어 다른 곳에서도 함께 조달하고 광물 가치사슬을 공동 구축하는 강력한 파트너십을 제안하고 싶다.


-에너지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협력 계획이 있다면.


▲올봄 무역개발부 장관이 이끄는 핀란드 비즈니스 대표단이 열에너지, 특히 열재생에너지 방법에 초점을 맞춰 방한할 예정이다. 핀란드는 지난해 탈석탄을 당초 계획보다 5년 앞당겨 2025년에 완료했다. 의회가 10년 내 석탄 퇴출을 법으로 결정했고 산업계도 그 방향성을 수용했다.


-사회적합의가 잘 이뤄져야 추진할 수 있는 정책 아닌가.


▲무엇보다 '정치적 합의'가 성공 요인이었다. 그 결과 에너지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전기가격은 내려갔으며, 수입석탄 의존도가 낮아져 에너지안보도 강화됐다.


-한국의 K9 자주포 도입 등 방산협력에 대한 평가는.


▲유럽 안보 상황이 변화하면서 정부가 국방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한국은 매우 강력한 방위산업 기반을 가진 파트너다. 핀란드는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K9 자주포를 도입했고 국방군이 매우 만족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풀키넨 국방차관이 LIG넥스원을 방문했고, 앞서 2024년 9월에는 하까넨 국방장관이 대규모 대표단과 방한하는 등 고위급 교류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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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미국발 관세 정책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 속에 있다.


▲관세 문제는 다보스에서 어느 정도 해결돼 당분간 테이블에서 내려갔다. 하지만 EU와 미국의 관계는 무역,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연속성이 매우 중요하다. 핀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전쟁 내내 우크라이나를 지지해 왔다. 국제법과 유엔 헌장에 기반한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 달성이 중요하다.

유리 예르비아호 주한핀란드대사가 서울시 종로 핀란드 대사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유리 예르비아호 주한핀란드대사가 서울시 종로 핀란드 대사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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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예르비아호 주한 핀란드 대사는 누구>
핀란드는 1973년 8월24일 국교 수립 이후 한국과 우호 협력 관계를 증진한 북유럽의 대표국 중 하나다. 수도는 헬싱키이며, 수도는 약 550만 명이다. 면적은 33만8000㎢로 한반도 면적의 1.3배에 이른다. 남한과 비교하면 약 3배 가량 큰 면적으로 유럽 내에서 여섯 번째로 큰 나라로 알려졌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헬싱키 직항 노선을 통해 편리하게 오갈 수 있으며,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 느리다.

유리 예르비아호 주한 핀란드 대사는 1999년 외교계에 입문한 이래 유럽과 아시아, 다자 외교 무대를 두루 거친 정통 외교관이다. 핀란드 요엔수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예르비아호 대사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런던 사무소 근무를 거쳐 외무부에 입부했으며, 2000년도 초반, 세르비아와 라트비아 공관차석을 지냈다. 이후 본부 미주·아시아국 참사관과 인사국 심의관 등 핵심 요직을 거쳐 주태국 대사를 역임한 뒤, 2024년 한국에 부임했다. 특히 2012년부터 3년간 주제네바 대표부에서 군축 및 무기 통제 담당 공사참사관으로 활동하며 국제 안보와 규범 기반 질서 유지에 전문성을 쌓아왔다.

예르비아호 대사의 한국 부임 시기는 전례 없는 국제질서의 혼돈기와 맞물려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 구상을 언급하며 이를 반대한 유럽국가들을 상대로 '보복성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가 철회한 점이 그 예시다. 예르비아호 대사는 다행히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WEF)을 거치며 관세 문제가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고 진단하면서도 무역과 안보 전 영역에서 미국과 유럽 간 관계의 연속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음을 역설했다.

지정학적 위기는 경제를 넘어 안보의 근간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로까지 번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협정이 지연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각자도생식 동맹관은 나토 체제의 결속력을 시험대에 올렸다. 이런 흐름 속 핀란드는 2023년 나토에 가입하며 중립국의 지위를 내려놓고 서방 안보 체제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이한나 기자 im21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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