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가닥
온·오프라인 유통 규제 불균형 해소 입법 추진
쿠팡 개인정보 유출사태 미온 대처 맞불 성격도
영세상인·노동자 등 반발은 변수
미 의회 '쿠팡에 대한 차별' 인식도 부담

정치권에서 유통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상대적으로 통제가 느슨했던 온라인 플랫폼을 옥죄고, 오프라인 판매 채널의 숨통을 틔우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등 오프라인 채널의 새벽배송을 허용하고, 대규모 유통업자의 판매대금 정산 주기를 단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에 소상공인과 노동계가 반발하고, 한미 간 통상 문제로 비화하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아 입법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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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전날 당정 고위 협의회를 열고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온·오프라인 규제 불균형을 해소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 등 온라인 배송 규제를 합리화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 여당 주도의 입법 추진안은 이미 윤곽이 나왔다. 김동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5인이 입법을 예고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 범위에서 온라인 배송은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해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 제한' '매월 2회 의무휴업일 지정'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은 새벽배송이 가능하지만, 대형마트는 관련 서비스를 할 수 없어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거세진 쿠팡 '견제구'…통상협상·소상공인 '뇌관' 원본보기 아이콘

야당에서는 이보다 완화된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김성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11인이 입법 예고한 개정안은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 규제를 폐지하고, 공휴일 중 지정토록 명시한 매월 2회 의무휴업 원칙을 삭제한 뒤 의무휴업일 수와 요일을 해당 지역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에 대한 견제의 성격으로 출발했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 채널 간 규제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오프라인 판매 채널 입장에서는 새벽배송 허용뿐 아니라 의무휴업 규제 완화도 맞물려서 추진돼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쿠팡을 겨냥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입법도 추진 중이다. 로켓배송처럼 플랫폼이 직매입한 상품에 대한 판매대금 정산 기한을 현행 60일에서 최대 20일로 단축하는 방안이다. 위·수탁 거래 정산기한은 40일에서 최대 10일로 줄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송재봉 의원 등 범여권 의원 12인의 제안에는 대규모유통업자가 상품 판매대금의 50% 이상을 은행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융회사에 맡겨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납품업체에 줄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마트산업노동조합,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이 연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추진하는 정부와 여당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마트산업노동조합,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이 연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추진하는 정부와 여당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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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입법은 이해당사자 간 의견이 첨예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당장 중소상인과 마트·택배 노동자 단체 등은 대형마트에 대한 새벽배송 허용이 오프라인 영세 상권을 죽이고, 마트·배송 노동자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당정은 이를 고려해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 등을 보호하고 육성·지원하기 위한 상생안을 이른 시일 내 발표할 계획이다. 또 배송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대책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판매대금 정산 주기를 앞당길 경우 유동성 악화로 존폐 위기에 몰린 홈플러스의 자금 압박도 심화할 수 있다.


한미 관세 협상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미 의회가 쿠팡에 적용되는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바라보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는 최근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에게 오는 23일 출석해 한국 정부의 미국 기업 '표적화'를 증언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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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소속 짐 조던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과 스콧 피츠제럴드 행정·규제개혁·반독점 소위원장은 소환장에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와 불필요한 장벽 생성을 피하겠다는 내용으로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맺은 무역 합의에도 불구하고 표적 공격을 계속해왔다"면서 "한국 정부가 쿠팡을 표적으로 삼고 미국인 임원을 기소하려는 움직임은 최근 약속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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