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지난해 9월 1차 이어 네번째 세무조사 실시
가공식품 제조·농축산 유통업체 등 14개업체 세무조사
1차 세무조사 통해 1785억원 추징

국세청이 독·과점 지위를 악용해 밀가루 등의 소비자 가격을 올린 뒤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원가를 부풀려 이익을 줄인 가공식품 제조·판매 업체 등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선다. 국세청은 이들의 전체 탈루혐의 금액이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은 설 명절을 앞두고 '먹거리, 생필품 등 장바구니 물가불안을 야기하는 탈세자' 총 14개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9월 시작한 1차 조사에 이은 네 번째 세무조사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민생침해 탈세자' 세무조사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국세청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민생침해 탈세자' 세무조사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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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대상은 ▲가격담합 등 독·과점 가공식품 제조업체(6개) ▲농축산물 유통업체, 생필품 제조업체(5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3개) 등 총 14개 업체다. 이들의 전체 탈루혐의 금액은 약 5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이번 세무조사는 검찰 수사결과, 담합행위로 기소된 밀가루 가공업체와 할당관세 혜택을 받은 청과물 유통업체가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가공식품 원료인 밀가루를 가공하는 A업체는 제조사 간 사전 모의를 통해 제품 가격을 44.5% 인상했다. A와 담합업체 B는 가격담합 이후 업체들끼리 서로 동일한 금액의 거짓 계산서를 수수하는 방식으로 원재료 매입단가를 조작해 가격 인상에 따른 담합이익 수백억원을 축소했다.

거짓 계산서를 수취해 담합이익을 축소하고, 사주 일가 인건비 과다 지급과 계열사로부터 고가 매입을 통해 담합이익을 분여한 밀가루 가공업체 사례. 국세청

거짓 계산서를 수취해 담합이익을 축소하고, 사주 일가 인건비 과다 지급과 계열사로부터 고가 매입을 통해 담합이익을 분여한 밀가루 가공업체 사례.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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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사주 일가에게 인건비 수십억원을 과다 지급하고, 계열사로부터 가공식품 수십억원을 고가 매입해 담합이익을 나눴다. 또 다른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 수입억원을 받지 않는 식으로 부당 지원했다. 특히 A는 사주 일가의 장례비와 사주 소유 스포츠카 수리비 등을 회사 경비로 대신 부담했다. 국세청은 담합 이익을 축소하기 위해 거짓 계산서 수취, 사주 일가 인건비 과다 지급 및 계열사 고가 매입으로 담합이익을 분여한 A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다.


원가 부풀린 농축산물 유통업체와 생필품 제조업체도 이번 조사대상이다. 이들은 가격 인상으로 얻은 이익을 빼돌리기 위해 원가를 부풀렸다. 국세청 조사결과 한 청과물 유통업체는 할당관세 적용받은 거래처로부터 과일을 8% 낮게 저가로 매입하면서도 가격은 오히려 4.6% 인상했다. 조사대상 업체는 특수관계법인에게 유통비를 과다 지급하며 탈세하고, 유통비용이 올랐다는 이유로 판매가격을 인상하며 폭리를 취한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마지막 조사대상은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 인건비 상승 등을 핑계로 외식 물가 상승을 주도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다. 조사대상 업체는 전국에 1000개가 넘는 가맹점이 있는 규모 있는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로, 가맹지역본부(지사)로부터 받은 로열티·광고분담금을 신고 누락하는 방법으로 이익을 축소했다. 특히 실제 근무하지 않는 사주의 배우자·자녀에게 수십억 원의 급여를 지급하여 이익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분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원재료비 인상을 이유로 가격을 11% 인상하고, 용량을 20%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으로 마진을 높여 가맹점을 확보하면서도 관련 신규 가맹비 등은 신고 누락했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3차에 걸쳐 가격 인상으로 폭리를 취하며 탈세를 일삼은 담합, 독·과점, 가공식품·생필품 제조, 농축수산물 유통 등 103개 업체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1차 세무조사 결과 1785억원을 추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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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은 공정거래위원회나 검·경의 조사로 담합 및 독·과점 행위가 확인된 업체에 대해서는 즉시 조세탈루 여부를 정밀 분석해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신속히 대처하겠다"며 "할당관세 혜택을 악용한 수입업체와 시장의 우월적 지위(독·과점)를 악용하여 가격 인상 및 폭리를 취하는 밀가루·설탕 등 국민 먹거리 가공식품 제조업체에 대해서도 지속해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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