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 3만8000주 수습… 오키나와의 '전쟁 기억 수호자' 떠나다
구니요시 이사무씨 별세
60여년 동안 일본 오키나와 곳곳을 돌며 제2차 세계대전 희생자의 유골과 유품을 발굴해온 구니요시 이사무(國吉勇)씨가 지난 3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6세.
6일 연합뉴스는 일본 마이니치신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고인은 1939년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여섯 살이던 1945년 오키나와 전투로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 5명을 잃었다.
오키나와 전투는 제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5년 3∼6월 미군과 일본군 사이에 벌어진 대규모 지상전이다. 이 전투로 주민과 일본군, 미군, 조선인 등을 포함해 약 20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된다.
고인이 유골 수습을 시작한 건 고교 2학년 때인 1955년부터다. 전후 오키나와에서는 아이들이 놀던 동굴이나 숲에서 유골이 흔히 발견되던 시기였다. 그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며 '뭔가라도 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유골을 줍기 시작했다고 주변에 전해졌다.
자영업자로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그는 매일같이 동굴과 옛 참호를 찾았다. 2016년 은퇴할 때까지 그가 수습한 유골은 약 3만8000주에 이른다. 대부분의 작업을 혼자서 진행했다. 톱과 망치, 곡괭이를 들고 온종일 숲을 헤매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이렇게 모인 유골은 당국의 DNA 감정을 거쳐 유족에게 전달됐다. 수통이나 안경, 만년필 같은 유품 약 13만점은 자택 한쪽에 마련한 '전쟁 자료관'에 모았다가 오키나와 평화기원자료관에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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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은퇴한 뒤에도 아사히신문 사진기자 출신인 하마다 데쓰지(浜田哲二)씨 등이 유골 발굴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마이니치신문에 "(고인은) 유골 수습 분야의 최고 권위자였다. 함께 활동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며 "고인의 뜻을 이어 앞으로도 유골과 유품을 수습해 유가족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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