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곡재단 산하 15개사, 계열사에서 누락
지분 방어와 회장 개인 자금줄 등으로 활용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이 15년 넘게 다수의 위장계열사를 운영하며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사익 편취에 활용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김 회장이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허위로 제출했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 연합뉴스.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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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8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DB의 동일인(총수)인 김 회장이 동곡사회복지재단 및 그 산하 15개 계열사를 소속 현황에서 누락한 행위를 적발해 고발 조치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DB측은 최소 2010년부터 이들 재단회사를 총수 일가의 사익을 위해 조직적으로 동원해왔다. 음잔디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재단회사들은 자신들도 자금 여유가 넉넉하지 않은데 대출을 받아가며 DB측 부동산을 사주거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심지어 총수에게 거금을 빌려주는 공통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2021년 김 회장은 개인 자금이 필요하자 재단회사인 '빌텍'으로부터 220억원을 대여받았다. 빌텍은 직전에 주력 계열사인 DB하이텍에 부동산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을 그대로 회장 개인에게 빌려준 것이다. 또한 지배구조의 핵심인 DB하이텍의 내부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 재단회사들이 무리하게 차입까지 해가며 지분을 대신 취득한 정황도 포착됐다.


DB 측은 이들 회사가 위장계열사라는 사실을 철저히 숨기려 애썼다. 2023년 작성된 내부 조직도에는 재단 계열사를 점선으로 표시하고, 하단에 "관계사 배포 시에는 동곡재단 부분을 삭제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또한 "재단회사는 외관상 계열사가 아니므로 부당지원 등 법적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취지의 내부 리스크 분석을 여러 차례 진행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김 회장이 본인의 권한을 직접 명시한 문서와 '회장님 보고용' 폴더 등을 직접 증거로 확보했다.

음 과장은 "2016년에는 '재단 협력회사 운영담당' 직위를 신설해 김 회장의 과거 차명주식 명의자이자 최측근들을 앉혀 공식적으로 관리해왔다"며 "이러한 행태는 독립적인 회사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모습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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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조치는 기업집단의 계열 관계 판단에 있어 일반적인 지분율 요건이 아닌 동일인 측의 지배적인 영향력 행사를 다수의 객관적 증거와 거래 관계, 구체적인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충분히 입증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공정위는 "DB는 매우 장기간 위장계열사를 은폐해 각종 규제를 면탈하고 부당지원에 대한 사회적 감시를 피했다"며 "이번 고발이 다른 기업집단에도 정확한 지정자료 제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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