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AS 등 환경오염물질, 전처리 없이 한 번에 잡는다[과학을읽다]
모래·토양 섞인 시료도 바로 분석…미세유체 칩으로 감시·안전 자동화 기대
환경 오염물질 분석의 가장 큰 걸림돌이던 '전처리 과정'을 건너뛸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모래나 토양이 섞인 복잡한 시료에서도 여과나 분리 없이 오염물질을 바로 검출할 수 있는 미세유체 기반 분석 칩이다.
김주현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연구팀은 유재범 충남대학교 교수 연구팀과 함께 고형물이 포함된 시료에서도 별도 전처리 없이 오염물질을 추출·분석할 수 있는 미세유체 장치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기존 환경·식품 분석에서는 시료를 거르고, 분리하고, 농축하는 복잡한 전처리 과정이 필수였다. 특히 토양이나 슬러리처럼 고형물이 섞인 경우, 여과 과정에서 정작 검출해야 할 미량 오염물질이 함께 손실되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 자동화가 어렵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한계였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염물질을 흡수하는 소량의 추출 액적을 미세 칩 내부에 가둔 뒤 분석 후 다시 회수할 수 있는 구조를 고안했다. 시료는 계속 흐르지만 추출용 액적은 제자리에 머물며 오염물질만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방식이다. 고형물은 채널을 따라 그대로 흘러가 막힘이나 간섭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 장치를 활용해 연구팀은 최근 유럽에서 규제 대상이 된 과불화화합물(PFAS)과 항경련제 성분인 카바마제핀(CBZ)을 실제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모래가 섞인 슬러리 시료에서도 여과 과정 없이 한 번에 추출이 가능함을 입증했으며, PFAS는 5분 이내 분석 신호가 확인됐다. 슬러리 시료에서 추출한 카바마제핀은 고성능 액체크로마토그래피(HPLC) 분석으로 검증됐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분석 공정을 단순화하면서도 신뢰도를 유지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로, 환경 오염 모니터링은 물론 식품 안전 검사와 의약·바이오 시료 분석 자동화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주현 화학연 박사는 "복잡한 전처리 단계를 하나로 줄일 수 있어 현장 분석과 자동화 시스템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국민 생활 안전과 직결되는 환경·식품 분석의 정확성과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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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 성과는 센서 분야 국제학술지 ACS Sensors(IF 9.1)에 2025년 12월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김주현 박사와 유재범 교수가 교신저자로, 최성욱 화학연 학생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는 화학연 기본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 지원사업, 한-스위스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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