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배 늘려도 저장용량 95% 유지…피부 부착형 센서 상용화 길 열어

피부에 붙여 사용하는 웨어러블 기기가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지만, 전원은 여전히 '딱딱한 배터리'에 머물러 있었다. 몸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는 전원 장치는 착용감을 해치고 활용 범위를 제한해 왔다. 국내 연구진이 이런 한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늘어나는 전원'을 제시했다.


한국연구재단(NRF)은 윤진환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원래 길이의 4배까지 늘려도 저장 용량이 거의 줄어들지 않는 고신축성 슈퍼커패시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피부 부착형 센서와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의 상용화를 앞당길 핵심 전원 기술로 평가된다.

팔에 부착한 슈퍼커패시터를 팔꿈치 각도(0~90도)로 구부려도 LED가 안정적으로 점등되는 모습. 신체 움직임에도 전원 공급이 유지됨을 보여준다. 윤진환 서울시립대 교수 제공

팔에 부착한 슈퍼커패시터를 팔꿈치 각도(0~90도)로 구부려도 LED가 안정적으로 점등되는 모습. 신체 움직임에도 전원 공급이 유지됨을 보여준다. 윤진환 서울시립대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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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커패시터(super capacitor)는 배터리와 달리 전극 표면에 전하를 저장하는 에너지 저장 장치다. 화학 반응에 의존하는 배터리와 달리 수초 내 고속 충·방전이 가능하고, 반복 사용에도 성능 저하가 적어 신체 움직임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에너지를 즉시 저장할 수 있다. 다만 기존 슈퍼커패시터는 늘어나거나 변형될 경우 저장 용량이 크게 감소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두 가지 핵심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먼저 망간 산화물, 탄소나노튜브, 전도성 고분자를 말랑한 실리콘 고무 안에 섞어 유연한 전극을 만들고, 이를 인산 처리해 머리카락 굵기의 약 1만 분의 1에 해당하는 바늘 모양 망간 인산염 나노와이어 구조로 바꿨다. 이 구조는 전극이 늘어날 때도 전기가 흐르는 통로를 유지해 신축성과 전도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여기에 강력한 접착력을 갖는 양쪽성 이온젤 전해질을 적용했다. 자외선 처리를 통해 전극과 젤 사이에 화학결합을 형성함으로써, 1만 번 이상 늘렸다 줄이는 반복 변형에도 전극과 전해질이 분리되지 않도록 했다.


몸에 붙여도 성능 유지하는 '늘어나는 전원' 개발[과학을읽다] 원본보기 아이콘

이렇게 개발된 슈퍼커패시터는 300% 늘어난 상태에서도 저장 용량의 95% 이상을 유지했다. 팔에 부착한 상태에서 팔꿈치를 0도부터 90도까지 구부리는 동작에서도 LED가 안정적으로 점등됐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무선 충전도 가능함을 확인했다. 기존 기술을 크게 뛰어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이라고 설명한다.


윤진환 교수는 "이번 기술은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의 핵심 전원 부품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피부에 직접 부착해 생체 신호를 측정하는 전자 피부는 물론, 가상현실 촉각 슈트와 재활 치료용 웨어러블 기기 등 고도의 신축성과 안정성이 필요한 분야로 확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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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선도연구센터사업과 한·체코 국제공동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에너지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에너지 스토리지 머티리얼즈(Energy Storage Materials)'에 지난달 7일 온라인 게재됐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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