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은 환영, 공정은 글쎄"…민주당 심사 결과 민심 '술렁'
유력 주자 '부적격' 날벼락…지역 정가 대혼돈
'이유 있는 탈락' vs '의문투성 합격'…불만 속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의 예비후보자 자격심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전남 해남·완도·진도 지역이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시스템 공천'과 '도덕성 강화'를 내세운 도당의 검증 칼날에 여론조사 선두권을 달리던 유력 군수 후보가 하루아침에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도 빚어졌다.
지역 사회에서는 "탈락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수긍의 여론과, "정작 떨어져야 할 사람은 붙었다"는 의구심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민주당 공천 작업이 시작부터 짙은 안갯속에 빠졌다.
◆ '대세론'도 꺾었다…현미경 검증에 줄초상
지역 정가에 따르면 이번 더불어민주당의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심사는 역대급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가혹했다. 후보자의 최근 행적은 물론, 혈기 왕성하던 젊은 시절의 사건·사고 이력까지 먼지 털듯 샅샅이 뒤져 심사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파장은 지역 내 유력한 군수 후보가 '적격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판정이다.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던 A씨는 대규모 출판기념회를 불과 며칠 앞두고 '오래전 탈당 이력'에 발목이 잡혔다.
이미 초청장을 발송하고 행사장 대관까지 마친 A후보 캠프는 충격에 빠졌다. A후보 측 관계자는 "탈당 이력 계산에 행정적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즉각 이의 신청을 제기했고, 소명이 받아들여져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행정 전문가를 표방하며 야심 차게 도전장을 내민 공무원 출신 신인 예비후보 B씨 역시 높은 검증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현역 의원과 예비 후보자 다수가 과거 탈당과 음주운전, 폭행, 경제 범죄 등의 이력으로 부적격 또는 정밀심사 대상자로 분류되며 줄줄이 컷오프 위기에 내몰렸다.
◆ "탈락엔 이유 있다" vs "왜 저 사람은 통과했나"
이번 심사 결과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선은 복합적이다. 우선 도당의 칼날이 예리했다는 점에는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아무리 유력 후보라 해도 부적격이나 정밀심사 대상으로 분류된 데에는 "그만한 결격 사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주민은 "민주당이 바보가 아닌 이상 유력 후보를 아무 이유 없이 쳐냈겠느냐"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심각한 도덕적 흠결이 발견됐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라고 말했다.
엄격한 잣대 적용 자체는 '쇄신'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기류다. 그러나 여론이 들끓는 진짜 이유는 반대편에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 '부적격 0순위'로 거론되던 일부 인물들이 버젓이 적격 판정을 받고 생존했기 때문이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누구누구는 과거 행적이나 평판으로 볼 때 당연히 컷오프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결과 뚜껑을 열어보니 '적격'이었다"며 "반대로 흠결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는 사람은 탈락했다. 도대체 심사 기준이 뭐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즉, '탈락자의 사유'는 짐작이 가지만, '합격자의 생존'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모순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엄격한 검증 기준은 환영하지만, 그것이 특정인에게만 가혹하고 특정인에게는 관대한 '고무줄 잣대'가 아니냐는 형평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 무더기 탈락에 '무소속 연대' 꿈틀…'예측 불가' 상황
이번 심사에서 해남군 5명, 완도군 6명 등 총 11명이 경제사범, 잦은 탈당, 폭행, 음주운전 등의 사유로 부적격 또는 정밀심사 통보를 받았다. 반면 군수 출마를 선언한 B의원과 현직 군수 등은 무난히 적격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들은 적격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결과에 불복한 후보들의 반발 기류는 거세지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이탈 움직임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는 모양새다. 다만 재심 신청이 쇄도하는 가운데, 억울함을 호소하는 탈락 후보들이 향후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거나 연대를 모색할 경우 본선 지형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예측 불가' 상황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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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가 관계자는 "도당이 내세운 '도덕적 잣대'가 지역민의 눈높이와 괴리될 경우, 민주당 경선보다 본선이 더 치열한 '야권 분열'의 장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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