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GM은 철수설에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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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은 철수하려는 게 뻔합니다." 5일 국회토론장에서 만난 한국GM 노동조합 관계자는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불과 며칠 전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은 "한국GM은 전략적 요충지"라며 GM의 글로벌 생산전략에서 한국의 입지를 재확인한 것과 정반대의 목소리다.


바라 GM 회장이 이례적으로 한국을 직접 언급했음에도 한국GM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의 불안은 숫자로 드러난다. 올해 1월 한국GM은 내수 시장에서 고작 765대를 판매했다. 지난해보다 33%나 감소한 것이다. 회사가 존폐 위기에 몰린 2018년 전북 군산공장 폐쇄 당시와 2022년 반도체 부품 대란 때도 '월 1000대 판매' 마지노선은 깨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내수 판매량이 974대를 기록하더니, 1월엔 800대 선마저 깨진 것이다.

업계에선 예정된 결과라고 말한다. 한국GM이 국내에서 판매 중인 차종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와 픽업트럭 콜로라도, GMC 시에라 등 네 개뿐이다. 이 중 가장 신차는 2023년 3월 출시한 트랙스 크로스오버다. 인기 차량이던 스파크와 중형 세단 말리부가 각각 2022년, 지난해 단종됐다.


국내 서비스 인프라 축소도 문제다. 한국GM은 전국 9곳의 직영 정비사업소 운영을 오는 15일 자로 종료하기로 했다. 올해 들어서는 이미 신규 차량 접수도 하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수익성 개선과 사업 구조 재편 차원의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고객들 사이에선 부품이 없어 수리를 못 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내수 판매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GM 본사는 한국GM을 미국 수출만을 위한 전략 기지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한국GM의 전체 판매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8%를 넘어섰다. 이마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재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관보 게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가 인상될 경우 '전략적 요충지'라는 발언은 무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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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은 한국GM 철수설을 종식하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에 나서야 한다. 한국GM은 2018년 경영 위기를 이유로 정부로부터 81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당시 약속은 10년간 공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곧 약속의 시간이 다가온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또다시 보조금 등 재무적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 국내 사업 축소와 철수 사이에서 득실을 따지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이라면, 말의 무게도 달라야 한다. "한국이 중요하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불안해야 하나"라는 한국GM 노동자들의 질문에 답해야 할 때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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