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방의학회, 설탕부담금 도입 정책 토론회
"가당음료, 소아청소년 비만 주요 원인"
"미래 세대 건강 위해 설탕부담금 도입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설탕부담금' 도입을 화두로 던진 가운데, 당 섭취가 비만 증가에 기여하는 만큼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료계 주장이 나왔다.
대한예방의학회는 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에서 설탕부담금 도입 관련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현창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 교수는 "당 섭취는 비만과 만성질환을 늘리는 요인"이라며 설탕부담금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비만과 과체중의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고, 특히 어릴수록 비만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기간에는 초등학생의 비만이 급증했고,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을수록 비만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국내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2014년 10.0%에서 2023년 13.8%로 상승했다.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에는 19.3%까지 치솟기도 했다. 김 교수는 특히 "가당 음료가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근거는 이미 충분하다"며 "더 절대적인 증거가 나올 때까지 보건 정책 시행을 미루는 오류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인용한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 논문에 따르면, 가당 음료는 1977~2007년 미국 인구 체중 증가에 최소 20%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가 국민건강영양조사(2019~2021년)를 분석한 결과,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이 총열량의 10%를 넘는 비율은 12~18세가 37.1%로 가장 높았고, 3~11세(35.2%), 19~34세(34.0%)가 뒤를 이었다. 특히 소아·청소년(3~18세)과 젊은 성인(19~34세)의 주요 당류 섭취원은 탄산음료가 각각 16.5%, 17.2%로 가장 많았다.
김 교수는 "비만 증가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가당 음료는 주요 기여 요인 중 하나"라며 "설탕부담금은 유일하거나 최선의 대책은 아니지만 실제로 시행 가능한 공중보건 정책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 세대 건강과 비만 예방을 위해 지금 정책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함께 발표한 박은철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교수도 가당 음료의 문제점을 짚었다. 박 교수는 "가당 음료는 영양상으로 거의 또는 전혀 가치가 없다"며 "가당 음료를 마셔도 다른 음식 섭취를 줄이지 않아 체중 증가와 비만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일일 설탕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50g)의 2.8배에 달한다. 또 1998~2022년 사이 과체중과 비만율은 매년 0.39%씩 증가해 2022년 기준 36.5%에 달했다.
박 교수는 "가당 음료 설탕부담금 도입은 음료 구매와 설탕 섭취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충치 발생률 감소 등 단기 효과 외에 사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WHO는 2022년 연구에서 설탕부담금을 통해 가당 음료 가격을 50% 인상할 경우 향후 50년간 전 세계적으로 약 220만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설탕 사용을 억제하고 그 재원을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하자"고 제안한 이후, 설탕부담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발의되며 공론화가 시작됐지만, 식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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