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전력 인프라 확산에 레거시 반도체 수요 회복
글로벌 IDM은 증설 가속…중국·미국·유럽 선점 경쟁
메모리·선단 공정에 쏠린 한국, 공정·인력 한계 직면
한때 '구형 공정'으로 분류됐던 레거시 반도체가 '피지컬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시 각광받고 있다. 차량·군수·우주·항공 등 전통적 수요에 더해 신규 수요가 본격화될 경우 레거시 반도체가 다시 성장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세계적인 기업이 변화에 뛰어드는 한편, 메모리와 선단 공정 중심으로 쏠려 있는 한국은 레거시 반도체 영역에서 설계·양산 역량이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산업계에 따르면 저궤도 위성과 군사용·산업용 로봇, 차량·전력 반도체 등에 쓰이는 레거시 반도체가 다시 산업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28㎚(1㎚=10억분의 1m) 이상 공정으로 생산되는 레거시 반도체는 7㎚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 생산되는 선단 공정 반도체와의 공정 미세화 경쟁에서는 뒤처져 있지만, 높은 안정성과 수율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차량·로봇·우주·방산용 반도체는 극저온과 고온, 방사선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공정 미세화보다 내구성과 신뢰성이 더 중요한 영역에서 활용돼왔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차량용 MCU와 전력 반도체 등 레거시 공정 기반 부품의 수급 문제가 전 세계 자동차 산업에 타격을 미치면서, 레거시 반도체를 비롯한 범용 부품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피지컬 AI' 떠오르며 주목받는 레거시 반도체
이러한 특성은 최근 피지컬 AI가 부상하며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연산 자체에는 선단 공정 반도체가 사용되지만, 로봇의 액추에이터·서보모터·전력 변환·제어 계통에는 대부분 레거시 반도체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조업 부흥 정책과 대규모 세액공제, 저궤도 위성 통신과 로봇·피지컬 AI, 전력 인프라 투자가 맞물리며 2026년 이후 레거시 반도체가 다시 상승 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분야에선 전력 효율을 좌우하는 레거시 기반 전력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레거시 반도체 산업의 또 다른 특징은 높은 진입장벽이다. 제품 단가는 수백~수천 원 수준으로 낮지만, 한 번 개발되면 10~15년 이상 장기 공급되는 구조다. 대규모 자본 투입과 장기 고객 확보 없이는 신규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글로벌 시장은 텍사스인스트루먼츠,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NXP, 아날로그 디바이스 등 연 매출 10조원 이상 글로벌 IDM(종합 반도체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 같은 업체들은 최근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추세다. 미국의 IDM 기업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는 6년간 약 600억달러의 설비투자를 단행하며 200㎜ 웨이퍼 중심이던 생산라인을 300㎜로 전환하고 있다. 300㎜ 공정으로 바뀔 경우 칩 생산량이 약 2.5배 증가해 단가와 비용 구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X에 스타링크 위성용과 사용자 단말기용 칩을 10년간 공급해온 유럽 최대 반도체 기업 ST마이크로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회사는 10년간 스타링크 위성 네트워크에 무선주파수(RF) 안테나 칩 50억개 이상을 공급했으며, 향후 2027년까지 같은 규모의 물량을 추가로 공급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편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저가 공세를 펼치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 속에 반도체 굴기에 차질을 빚으면서 레거시 반도체 분야를 우회로로 택했다. 정부가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도 확대됐다. 28㎚ 이상의 레거시 반도체에서 중국의 생산능력 비중은 2028년 3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필요성 커지지만…韓 '공정·인력' 모두 부족
글로벌 산업 전반에서 레거시 반도체 수요 회복이 점쳐지면서 국내에서도 전력 반도체를 중심으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역시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전력반도체 특화단지'로 개발해 올해부터 연구개발과 산업 생태계 조성을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산업 육성 자체가 어렵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감지된다. 고전압 전력 반도체 공정에는 대규모 초기 투자와 장기 수요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국내에는 이를 감내할 수 있는 기업과 생태계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산업 특성상 후발주자가 시장에 진입해 가격 경쟁으로 기존 사업자를 밀어내기 어려운 구조이기도 하다. 게다가 국내 반도체 인력 양성 체계는 메모리와 선단 공정 중심으로 구축돼 있어, 비메모리·레거시 공정 분야로 흡수될 연구·엔지니어 풀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구조가 고전압 직류 기반으로 전환되면서 전력 반도체 공정은 이미 18㎚ 수준까지 진입했지만, 갈륨나이트라이드(GaN) 웨이퍼를 양산할 수 있는 역량은 국내에서 찾기 어렵다"며 "전력 반도체는 초기 투자 대비 단가가 낮고 제품 수명이 길어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만큼, 한국이 레거시 반도체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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