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입할수록 저항하는 시장
가격 결정보다 방향을 제시해야

[논단]정말 시장은 정부를 이길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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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썼다. 논리적으로 보면 앞, 뒤가 맞지 않는다. 시장과 정부가 모두 서로를 이기지 못한다면 그럼 비긴다는 뜻인가. 정말 이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은 정부를 쉽게 생각하지 말라는 경고를 담은 뒷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정말 시장은 정부를 이길 수 없을까?


사실 우리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을 이겼던 기억은 없다. 부동산 투기로 돈 버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꾸겠다고 했던 노무현 정부에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56% 올랐다.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거의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했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17년의 6억원에서 2021년에는 12억원으로 뛰었다.

정부가 시장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정부는 시장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시장은 수없이 많은 참여자가 가격이라는 신호를 통해 자원 배분을 결정한 결과다. 정부가 결과를 직접 통제하려고 하면 신호등을 꺼버리는 것과 같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 참여자 모두의 기호와 자원을 파악해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차의 문제도 있다.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해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사이 시장 상황은 변한다. 정부는 잘못된 판단을 빠르게 수정하기도 어렵다. 흔히 시장은 강물과 같고 정부는 댐과 같다고 한다. 댐은 물의 흐름을 조절해 홍수를 막을 수는 있지만, 강물 자체를 영원히 막거나 없앨 수는 없다. 댐에 물이 너무 많이 차오르면 결국 수문을 열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댐이 무너진다. 영국의 파운드화 방어 실패,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의 고정환율 붕괴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가 일시적으로는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진다.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어떤 정부의 개입이든 무의미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시장도 실패할 때가 많다. 시장이 놓치는 사회적 가치는 당연히 정부가 지켜야 한다. 정부의 힘은 결국, 시장이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설계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정책을 통해 시장의 구조를 만들고 수요와 공급의 조건을 정하는 역할이야말로 정부의 몫이다. 정부가 구조의 설계를 통해 규칙에 집중하면 시장은 그 안에서 적응한다. 사실 유능한 정부는 시장과 싸우려 들지 않는다. 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역할의 분담이다. 시장이 계산과 선택을 한다면, 정부는 규칙과 안정성을 제공해야 한다. 물론 시장이 전적으로 정부를 대신하려 한다면 위기가 발생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시장을 대체할 수는 없다. 대통령의 생각이 바뀔 리는 없으니 아마도 지방 선거가 끝나면 부동산 세제 개편이 시작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완화됐던 종합부동산세는 조만간 문재인 정부 수준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가격은 정책의 목표가 아니라 결과여야 한다. 정부의 힘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올바른 게임의 규칙을 정하고 정해진 규칙을 공정하게 집행하는 심판이 될 때다. 정부가 직접 결과를 통제하려 들면 시장은 반드시 다른 방식으로 대가를 치르게 한다. 치솟는 월세를 잡으려던 독일 베를린의 임대료 규제는 공급의 급감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때 효과적이고 직접 '가격'을 결정하려고 들면 실패한다. 부동산도 환율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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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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